LG그룹, 통신 3강 핵으로 떠오르나
데이콤 파워콤 인수…, 통신 시장 재편 초읽기
파워콤 노조-하나로, “재벌그룹 특혜성 매각” 주장
올해 통신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였던 파워콤의 새 주인에 데이콤이 선정됐다.
KT에 이어 국내 제 2의 유선 통신망 사업자인 파워콤 매각은 현재 KT와 SKT의 2강 구도에 데이콤의 최대주주인 LG 그룹이 가세해
통신 3강구도 재편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파워콤 매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하나로통신과 그동안 매각을 반대해 왔던 파워콤 노조는 이번 결정에 대해 ‘대선 전 재벌기업 헐값
매각 특혜’, ‘청와대 개입설’, ‘외상 매각 특혜’ 라고 주장하고, 법적 대응과 노조원 전원 퇴사 등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파워콤 데이콤으로 매각
한국전력공사(사장 강동석 이하 한전)과 데이콤(대표이사 박운서)은 지난달 30일 ‘파워콤 전략적 지분매각 계약체결 조인식’을 갖고, 파워콤
총 지분의 45.5%를 데이콤이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9일 한전은 공시를 통해 “데이콤에 전체주식의 45.5%(6,825만주)를 주당 12,000원에 매각하고, 매각 대금은 현금과
어음을 반반씩 나눠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양사는 향후 데이콤이 추가로 8.5%의 지분을 인수토록 선택권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로써 데이콤은 총 8천 190억 원의 매각 대금을 파워콤에 지불해야 하며, 그 중 현금 4천 090억을 오는 16일 지불키로 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어음으로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1차분 지급이후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 갈 전망이다.
데이콤 박운서 부회장은 “이번 파워콤 지분매각은 데이콤의 장거리 통신망과 네트워크 운영 및 영업력과 파워콤의 우수한 광대역 가입자망의 이상적인
결합을 바탕으로 양사의 기존 통신망을 활용함으로써 양사의 투자비 절감효과 및 기존 시설의 활용도 제고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차 매각분 10.5%를 포함해 총 56%의 한전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파워콤의 민영화를 완료했다.
하나로통신, ‘통신 3강 정책’ 반하는 행위
그동안 파워콤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하나로통신(대표 신윤식)은 파워콤이 데이콤에 넘어가자 “통신 3강구도 정책이 실현 불가능하게 됐다”며
성토했다.
하나로통신은 성명서를 내고 “한국전력이 계약당시 하나로통신이 제시한 대금 지급 방식(5,400억 원 현금일시 지불, 2,700억 원 18개월
후 지급)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데이콤과 계약한 것은 특혜설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라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전과 데이콤 사이에 이뤄진
협상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전이 12주인 협상기간을 6주로 단축한 것과 협상기간 연장을 요구하자 △향후 협상기간 재연장 요청 불가 △파워콤 지분 30%인수시
CEO 지명권 한전 보유, △협상기간 중 한전이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 병행 등을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것” 등에 대해서 납득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파워콤 인수 무산과 외자유치 실패의 책임을 지고 매각 실무 협상을 지휘했던 경영전략실 이기승 상무와 마케팅 기획을 담당했던 윤경림
상무가 사표를 쓰고, 재무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독자행보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한 파워콤 인수를 전제로 추진해온 14억 달러의 외자유치 작업도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하나로 통신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독자생존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파워콤 매각이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16일까지 대금납입
상황을 지켜본 후 법적 대응이나 데이콤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을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데이콤은 “투자의 개념으로
참여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지만 경영권과 망 운영권을 요구한다면 참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워콤노조, 전원 사직 불사
파워콤 노조측은 이번 데이콤 매각을 ‘특혜성 외상 매각’으로 규정하고, 전 조합원이 사직서를 준비하고, 총력 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2000년 1차 매각당시 주당 32,150원에 매각했던 주식을 주당 12,000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하려는 것은 분명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2000년 당시 1,464억이던 매출액이 5,000억에 이르고, 순이익은 70억에서 800억으로 증가한
건실한 기업을 민영화라는 명분으로 데이콤과 같은 부실기업에 넘긴다면 민영화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금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8000억 중 4095억 만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은 국공채 금리를 적용해 2년 6개월 후 어음
지급한다는 것은 헐값 매각도 모자라 금리혜택까지 주는 반국민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신건택 노조위원장은 “매출 5천억에 순이익만 100억대를 육박하는 건실한 회사를 통신망 보유 규모 면에서 1/4도 안되는 데이콤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또 “4일 한전 강동석 사장과 면담을 한 결과 강 사장은 파워콤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했다”며 “대선전 졸속 매각은 반드시 중단되어야하며 이를 위해 전 노조원은 사직을 각오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 관계자는 “일련의 특혜시비와 관련해 청화대 경제수석의 개입이나, 데이콤 박운서 부회장의 친분이 두터운 누군가의 사전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의 민영화추진 1팀 전재은 과장은 “주가의 변동은 언제가 있을 있는 것이며, 특혜 시비등 악성루머가
돌고 있지만, 전혀 사실 무근이다”고 일축했다.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3각 편대’ LG 주목
특혜시비 등 난항을 겪고 있지만 오는 16일 1차 매각대금 지급 이후 파워콤 인수를 위한 실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로써 데이콤의 최대주주인 LG그룹(30.3% 보유)은 LG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콤으로 구성된 통신사업 3각 편대를 앞세워, 통신 시장의
3강 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초기 파워콤 인수전에 나서 SK와 경쟁을 벌였던 LG는 이후 한 발 물러서면서 파워콤 매각에 관여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혀 왔다.
그러나 파워콤은 KT와 겨룰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품질 광통신망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다. 현재 광케이블 8만㎞, 광동축혼합(HFC)망
5만 6천㎞ 등 약 13만 7천㎞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고품질 광통신망을 보유해 총 자산이 1조 4천3백60억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KT와 SKT에 밀려 만년 꼴찌를 면치 못해왔던 LG에게 최근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약진과 더불어 파워콤
인수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아시안 윌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들 역시 파워콤 인수로 통신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LG그룹에 호감을 가지고, 그
영향력아래 들어간 사업자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했다.
그밖에 일각에서는 독자행보를 선언한 하나로통신을 비롯해 파워콤 망을 임대해 쓰고 있는 온세통신, 두루넷 등도 LG그룹을 중심으로 한 M&A(기업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파워콤 매각이후에 통신 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재편이 불가피하며, LG그룹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