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안, ‘제2의 IMF’ 다시 도래할 것인가?
경제 위기의 방아쇠 미국이 쥐고 있다
‘빨리 빨리(Balli balli)문화’는 한국을 대변한다. 한국을 알고 있는 여러 나라들이 기억하는 한국인의
성격은 ‘급하다’로 인식되어 있다. 지난 97년엔 이러한 ‘빨리빨리’ 서두르는 국민 정서로 험한 IMF의 급물살을 무사히 건넜다. 한국의
구조조정 과정은 이런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지난 5년간 금융기관의 4분의 1이 문을 닫았고 30대 재벌의 절반이 해체되거나 정리된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경제 위기를 넘긴지 얼마되지 않는 2002년 현재. ‘경제 위기’ 우려로 ‘제2의 IMF’를 점치는 많은 의견들이
알게 모르게국민 정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 위기설의 실체
“한국, 제2위기 가능성” 잇단 경고, ‘경제위기 뇌관 터지나’, ‘경기 침체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등.. 각종 언론들의 기사 제목만
보면, 금새라도 97년에 있었던 경제위기가 닥쳐올 것으로 느껴진다. 우려의 소리 중 ‘가계대출부실’로 인한 비관론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9월말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가계빚은 4백24조3천억원으로 가계대출이 3백 80조원,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물품구매
미결제액)이 44조3천억원이다. 1년새 1백 8조원(34.1%)이나 늘어난 것이다.
가계부실을 우려한 정부는 ‘가계대출 억제’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금융감독위원회의 카드발급 및 주택담보대출 규제강화로 인해
경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소비가 위축이 되면 경제가 침체할 수도 있으며, 실제 지난 10월말 소비가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가계대출 억제’가 가져오는 또 하나의 부작용은 사금융 급증이다. 이로 인해 개인파산과 범죄를 양산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20~30대 소비 여전해…
국내 유명 백화점을 비롯하여 면세점에서 고가임에도 인기가 높은 이른바 ‘명품’은 젊은 세대들의 패션을 대변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등장한지
오래되었다. 다른 품목의 매출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데 반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홍보매니저 이선대 과장은
“3월을 기점으로 매출은 하향세를 그리며 둔화되고 있습니다. 10월 한달만 8% 성장을 한 후 매출은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전제품,
명품, 화장품, 영타겟 상품 등 주로 20대 전.후반 층을 위주로 한 품목은 매출 상승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사정장, 유아 및 신생아
용품, 부띠끄 제품 등의 중년층 주력 상품은 매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유아용품의 경우 올해가 ‘백말띠’라는 이유로 출산율이 낮아 판매가 저조한 특이 현상도 보이고 있다. 결국 가계 부담이 적은 젊은 세대들에
비해 가정주부나 세대주들처럼 가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30~40대층에서 소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연령별 소비행태로 드러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등의 유통업체 빅3와 홈쇼핑 업체는 매출이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인터넷과 할인마트 등이 적자를 내고 있는 이유도
위와 같다고 본다.
롯데 본점의 이선대 과장은 “이러한 경제 불안 시기에는 이벤트와 같은 행사로 매출증대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용을 줄이고 투자를 억제하는 일이 우선입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피력했다.
왜 미국인가?
가계대출부실, 가계대출억제, 소비위축, 디플레이션 우려 등등 여러가지 경제 불안 요소가 과연 제2의 IMF를 몰고 올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반반이다. 여러 경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두고 경제위기라고 하기엔 가계대출부실 등 여러 요인들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큰 축은
아니라고 보고있다. 가계대출부실로 인한 신용불량자의 처리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경제에 큰 여파를 줄 것으로 보진 않는다.
2003년 한국 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다. 미국은 마치 이라크와 전쟁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듯한 모습이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보유실태 보고서가 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도착함으로서 유엔은 정밀 검토작업에
착수했는데, 미국측은 이라크의 보고서에 대해 진실 가능성을 의심하며, ‘이라크의 무력해제를 위한 행동을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세계 에너지 질서를 재편하려는 전략에서 이번 전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라크와 같은 강경대응은 아니지만, 북핵 사태로 북미관계가 경색된 점도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은 11월분
이후 중유제공을 거부한 상황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북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일 북한이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북미관계는 점차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외교안보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또 최배근 건국대교수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2000년 이후 한반도에서 급속히 약화된 주도권을 복구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어이없게도 이라크나 북한 모두 일부분 미국의 주도권 싸움 때문에 희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와 미국이 만일 전쟁을 하게 된다면 단기에 종료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볼때 원유가격이 25%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며, 국내총생산(GDP)은
0.44% 포인트 감소하고 소비자 물가는 1.62% 포인트 오를 것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박사는 예상했다. 오히려 북핵 문제가
불투명한 불안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데, 현재로선 북한이 폐기의사를 밝히는 것이 가장 적절한 조치로 보고 있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
Interview |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허찬국 소장 |
경제위기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 허찬국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 가계대출부실과 관련한 문제들이 심각합니다. - 경제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 국가 정책이 해결하지 못한 현안은 무엇이 - 경제가 불안한 요즘 각성해야 할 - 제2의 IMF가 올 것으로 보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