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번째 희생!
1997년 두산기계서 한 노동자 폭행치사,
분신 사건과 형태 다를 뿐 원인 유사
두산중공업
노동자 분신사건으로 두산기업의 반 노동자적인 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두산기계(현 두산메카텍)에서 근무하다 해고당한 조태일(35)
씨는 두산의 노동자 탄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조씨가 근무했던 두산기계는 다물단을 이용해 노조를 무력화했다. 1997년에는
다물단원에 의해 노조사무국장을 역임했던 한 노동자가 집단폭행 당해 사망하기까지 했다. 이번 분신까지 두산에서만 벌써 두 명의 노동자가 희생된
것이다. 조씨는 이번 두산중공업 사태도 두산기계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사측의 힘없는 노조 만들기
주요 활동가와 노조 지도부에 대한 해고, 재산 가압류 등은 꼭 두산중공업의 상황이다. 폭행치사
당한 노동자는 상황이 그렇게 악화된 데다가 다물단 때문에 노동자들간의 반목이 커져 노조의 균열이 생겼다고 판단, 다물단 간부들에게 노조활동개입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다가 변을 당했다. 두산중공업 노동자의 분신과 두산기계 노동자의 폭행치사는 그 형태만 다를 뿐 원인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두산기계측은 1995년부터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다물교육을 실시했다. 다물단에게 공장내에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다물단사무국장에 대해서는
월급과 잔업시간수당을 주며 상근 시켰다.
조태일 씨에 따르면 다물단 간부들이 노동자들을 개인적으로 접촉해 보직을 변경시키거나, 잔업을 주지 않겠다는 등의 압력을 넣어 노조탈퇴와
다물단 가입을 종용했다고 한다. 이를 막는 노조 간부들은 일괄 징계조치했다. 조씨도 당시 3개월의 정직을 당했다.
“1995년 임단협 때, 수년 전 잘못을 빌미삼아서 다물교육을 추진하겠다는 통보가 회사측으로부터 왔습니다. 현재 도입여부를 두고 두산중공업에서
말썽이 되고 있는 소사장제도 함께 실시하겠다고 해서 결사반대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참석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징계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노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노동자가 다물교육을 받았다.
조씨는 “1인당 60여만원의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회사가 다물교육을 강행한 이유는 노동자를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식화 교육을
통해 노조활동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함으로써 회사에 불평불만을 갖지 않는 고분고분한 노동자가 만들어진다는 것. 게다가 교육을 받은 이들
중 일부가 다물단에 가입, 나머지 의식개조가 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포섭한다.
다물교육을 실시하는 ‘현대정치사상연구소’는 지난 1987년 전 보안사(현 기무사) 장교출신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곳의 강사진도 거의 모두가
보안사, 국방 정신교육원 등 군관련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교육을 받았던 한 노동자에 따르면 “좌경용공이 판치고, 주변국에서 대한민국을 호시탐탐 노리는 마당에 노사가 분열해서는 안 된다며, 산업의병이
돼서 국난을 극복하자는 식의 교육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국력을 강하게 만들어 만주도 찾고 일본도 점령하자면서 민족과 국가를
강조하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노사문제는 잊혀져 버린다”고 덧붙였다.
결국, 두산기계는 다물교육과 다물단 활동으로 600명이 넘던 조합원이 수십명 수준으로 줄었다. 자연스럽게 노조의 힘이 약해지다보니 회사측에서
요구한 소사장제도 도입될 수밖에 없었다.
두산중공업에서는 다물교육이 실시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 노조관계자는 “이름만 다를 뿐 다물단과 같은 활동이 사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사측의 활동으로 인해 노조가 분열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