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생명나눔의 황무지에도 봄은 오는가.” 2017년 기준 인구 백만명당 스페인 46.9, 미국 31.96, 이탈리아 28.2 그러나 한국 9.95 (515명). 이 숫자는 생명나눔의 바로미터라는 뇌사 장기 기증자를 수치화 한 것이다.
배우 감우성 씨를 비롯해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이 이의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9월12일 서울 신촌 소재 연세대학교병원 에비슨 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 홀에서 열린 <제1회 생명나눔주간 선포식 및 글로벌 포럼>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유족들과 가진 인터뷰.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이탈리아의 고(故)니콜라스군의 아버지 레그 그린 씨와 지난 1월 한국인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로 떠난 고(故) 원톳쏘 씨의 누나 띠다뇌 씨, 상견례 1주일을 남기고 뇌사판정을 받고 6명에게 새로운 삶을 준 홍윤길 씨의 부친 홍우기 씨, 건강한 상태서 갑자기 사망한 뒤 인체조직을 기증한 권오도 씨의 아버지 권영호 씨, 카메라 앞에선 이들의 목소리에는 먼저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긍지가 가득했다.
장기기증의 인식전환을 위한 첫 번째 순서로 레그 그린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 장기기증을 하게된 동기는
우리 가족은 24년 전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고속도로상에서 강도가 손 총에 당시 7살이었던 니콜라스를 잃었다. 의사로부터 뇌가 어떤 움직임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다른 한편에서 죽어가는 가족으로 인해 절망에 빠진 가족들을 보았다.
우리 부부는 망설이지 않고 장기기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그대로 실천했다. 아들의 희생으로 기증자는 죽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우리 부부는 남은 인생동안 무엇을 할지를 깨달았다. 1명의 장기기증자가 3-4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세계 각국을 돌며 이에 대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국내 장기기증자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만난 많은 기증자 유가족 중 일부는 그 결정에 대해 후회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끔찍한 시간에서 나를 끌어내준 아주 좋은 일이었다 말했다. 종종 장기 기증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기증자 가족은 기증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장기 기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방송에 출연하고 칼럼을 쓰면서 장기 기증을 홍보한다. 우리 아들 사건으로 인해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미국까지 장기 기증률을 현저히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 한국의 기증자 가족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증자 유가족을 만났다고
정말 새로운 경험이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아들이 많이 그리웠다. 오늘(12일)은 니콜라스가 살았다면 31번째되는 생일날이다. 나에게는 먼 한국에 장기기증을 독려하기 위해 온 이날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쁜지 모른다.
-한국인 기증자 유가족에게 바란다면
한국에서는 기증자 유가족 모임 및 추모식 행사들이 정기적으로 열린다고 한다. 한국의 기증자 가족들도 장기 기증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다.
-한국인은 시신의 장기라도 훼손하는 것을 꺼려한다
물론 모든 사람의 사상과 가치관은 틀리다. 그러나 신체가 온전히 보전돼야 천국에 갈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동안 질병을 통해 많은 장기들은 다치고 기능을 잃어간다. 너무나 결론이지만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가치가 더 크다.
-장기기증 서약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나는 외국에 가서 방법론을 말하기 조심스럽다. 내 경험상 언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언론들이 수 많은 사람들에게 장기 기증으로 인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줘야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나는 영화 4편을 만들고 여러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언론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