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소설 같지만, 껴안아야 할 인생
국립극단 제197회 정기공연 가족극 ‘집’
국립극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가족극 ‘집’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지난해 가을 가족을 주제로 올린 세 편의 시리즈 ‘길 위의 가족’
‘집’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중 하나로, 깔끔한 구성과 감칠맛 나는 대사, 효과적인 무대연출로 호평을 받아 이번에 단독으로 앙코르
무대를 가지게 됐다.
‘청춘예찬’으로 유명한 박근형이 극작과 연출을 맡은 ‘집’은 가족에 대한 연극이다. 환경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대상이자, 구성원 하나 하나가 소중한 존재이면서 때로는 서로에게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는 가족.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견디기 힘들 때도 쉽게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바로 눈앞에 떠오르는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집’은 13평 골목집에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꿈을 키워 가는 한 가족과 이웃의 삶을 진솔하고 코믹하게 그려냈다.
13평 골목집의 별난 가족, 그들의 꿈
답십리 전농초등학교 뒤 주유소 골목 13평 짜리 골목집. 이 집에는 문학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만년 시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럽기만 한 어머니, 손찌검해대는 남편을 피해 젖먹이와 친정으로 피신한 누나, 찜질기
판매회사 배달원인 ‘나’가 산다. 여기에 월남전에서 한 쪽 다리를 못쓰게 된 홀아비 전씨와 수퍼 아저씨, 어머니를 중심으로 몰려다니며 화투와
수다로 하루를 보내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있다.
15년 동안 시만 쓰던 이버지는 마침내 취직을 하는데, 묘한 삼류 잡지를 만들어내는 잡지사에 그것도 말이 좋아 재택 근무를 한다는 명분
하에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 자판과 씨름하며 하루해를 보낸다. 건달 출신 매형은 누나를 찾으러 왔다며 아예 집에 눌러 앉는다. 근근히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막내인 ‘나’는 그만 하룻밤의 실수로 사무실의 경리 아가씨를 임신시키고 만다. 한바탕의 난리가 이어지고, 좌충우돌 속에서도 가족은
그 해법을 찾아내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집다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꿈에 한 걸음씩 다가선다.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가족군상
엉뚱한 에피소드로 이어지지만 특별나지 않은, 하지만 삶이란 원래 그렇게 진행된다는
것을 의뭉스럽게 표현하는 ‘집’은 박근형이 연출로는 처음으로 국립극단과 만나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박근형의 중극작용 첫 도전작인 것이다.
무대미술과 의상은 ‘브리타니쿠스’에서 독특한 개성을 선보인 디자이너 송은주가 합세했고, 음악은 ‘피고지고 피고지고’의 송대경이 맡았다.
‘집’은 특히, 국립극단을 대표하는 개성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파우스트’의 오영수,
‘슈퍼스타’ ‘피고지고 피고지고’의 이혜경, ‘사람의 아들’ ‘타인의 하늘’의 우상전, ‘마르고 닳도록’ ‘기생비생 춘향전’의 서상원 등
스타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기간 : 2월14일∼23일
·장소 : 달오름극장
·문의 : (02)2274-3507∼8
정지혜 기자 SISANEWS@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