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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줄 세우기에 내몰린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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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전국의 모든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력진단평가가 실시되었고 3월 11일에는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학력평가가 실시되었다. 이러한 전국 단위 일제고사는 10여년 만에 부활한 것으로 초등교육정책상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실시하는 일제고사는 '진단평가'라는 명목으로 실시되었지만 교육적 필요와 타당성을 엄밀히 타진하여 치러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영미식 학업성취도 평가를 한국에 적용하고자 하는 정책적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서 학생과 학교에 대한 서열 확인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어 교육계의 논란이 되고 있다.
진단보다는 서열 매기기에 불과한 일제고사
우선 학력의 정의 방식에 주목할 수 있다. 표준화된 시험을 모든 학교에 적용함으로써 초등교육에서의 학력관이 교과총점이라는 단일 기준에 의한 '한줄 세우기'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 이후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점수 위주의 학력관을 수정하고 전인적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수·우·미·양·가식 평정과 석차 기입을 없앴으며, 기술식(記述式) 질적 평가를 실시해왔다. 이것의 취지는 교과총점제에 의한 석차를 매기는 대신 교육목표에 대한 학생 개개인의 구체적 수행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통적 학력관을 고수하는 측에서는, 이런 방식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측정 가능한 형태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발굴하여 키우는 것이 이상적인 교육이라고 본다면, 그같은 발상이 더욱 위험하게 보인다.
표준화된 일제고사가 '교육적으로' 어떤 '효용성'이 있는가 하는 점도 문제다. 특정 교과 위주의 일제고사가 교사, 학생, 학부모 등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명백하다. 시험을 잘 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개인으로 인정되기보다 석차에 의해 서열적으로 파악되기 쉽다. 이른바 '전인교육'을 위해 초등교육 수준에서는 교과 및 시험 위주 교육이 억제되어왔는데, 일제고사가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있는 장점을 지녔는지 명확히 제시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부활하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발상이다.
사실 학생들의 선행학습 수준에 대한 '진단평가'는 대부분의 학교나 학급에서(교사 차원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국 규모의 진단평가가 새롭게 제공해주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일제고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지역, 학교, 학생간 '차이'가 어느 정도인가(즉 상대적 '서열')일 뿐, 그것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은 아니다. 이러한 차이들을 국가교육정책 차원에서 조사하고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표집에 의한 평가만으로도 충분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학력증진이나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정책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전국 1% 표집에 의한 진단평가'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일제고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교육활동의 큰 축을 뒤흔들 수 있는 판단은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현장에 유입된 영미식 교육모델
또다른 문제는 일제고사식 학력평가를 지지하는 '정책모델'이다. 이러한 평가는 '수월성' '경쟁력 강화'를 중시하고 교육적 형평성보다 경쟁과 선택을 중시하는 교육정책 기조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 1995년 소위 5·31교육개혁 이후 분권화, 자율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책무성 강화 차원에서 각종 평가가 제도화되어왔다. 교육행정기관, 교원양성기관, 학교평가 등에 이어 교원평가, 학업성취도평가 등이 논란을 거치며 도입되고 있다. 최근 입법 예고된 소위 교육정보공개법은 초·중등교육에서 이러한 평가자료들을 학교선택제와 연결하여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가 1980년대 이후 추진되어온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모델을 직접적으로 수용하는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편으로는 학교간 경쟁과 소비자 선택에 기반한 시장주의적 운용원리를 적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평가 등으로 교육의 질 관리를 추구하는 정책모델이 1990년대 이후 한국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부시정권이 실시하는 'No Child Left Behind'(학업낙오자방지법)라는 학업성취도 평가제도는 우리나라 학력평가 논의의 직접적 모델이 되고 있다.
그간 우리 상황에서는 학교에 대한 지원씨스템이 미비하고 사교육시장의 영향력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기 때문에, 교원평가나 학업성취도평가 등은 교육적 부작용이 우려되어 쉽게 도입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교육제도에 대한 몇몇 '제동장치'들이 빠르게 해제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입자율화, 평준화 해제(소위 고교다양화정책) 등 지난 정부들이 비교적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사안들을 새 정부에서는 거침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이번 일제고사가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이 중심이 되어 결정한 사안이라고 하나, 기본적으로는 한나라당에 의해 입안된 교육정보공개법 등과 정책논리적 맥락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적 필요, 타당성, 효과 등이 일차적으로 검토되지 않고 '선진 정책모델'이 적용되는 형태로 교육정책이 수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산지에서도 문제가 많은 교육정책모델들이 검증과정을 생략한 채 들어와 국내에서 문제를 초래한 사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수입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효과를 학습자의 삶이 아니라 국가사회의 필요을 중심으로 도구주의적으로만 파악하는 '교육철학'의 부재가 아쉽다. 1990년대 이후 초등학교 현장에서 서서히 사라진 상대평가와 석차가 일제고사로 인해 다시 부활한다면 그것은 교육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미래를 희망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 대신 표준화시험을 대비하여 문제집이나 풀도록 유도하는 교육정책은 행정적 효율성에는 기여할지 몰라도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에게 '교육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합의 없는 교육정책 변화를 반대한다
건강한 인성과 미래에 대한 꿈을 갖도록 교육적 노력을 경주할 것인가, 아니면 긴장하고 경쟁하며 '석차'로 표현된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도록 방관할 것인가.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의 범위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정책입안에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그것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표집조사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정책연구는 전수조사보다는 표집조사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모집단에 대한 전수조사 형태를 취하는 순간 그것은 전체 교육구성원의 활동 전반을 구속할 것이기 때문에 '공공적' 시각에서 숙고되어야 하고, 그 효과를 사전에 진지하게 검토한 다음 시행해야 한다. 국가사회적 수준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진단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면 그 목적, 내용, 효과 등이 책임있게 정당화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시도되는 변화들의 실험적 성격에 대해 우려가 많다. 교육은 전국민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실험의 대상처럼 취급되어서는 안된다. 이번에 실시된 초등 일제고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례화된다면 현재의 조건에서 매우 위험하다. 학력의 정의, 교육내용의 표준화 문제, 평가결과의 활용 등에 대한 책임있는 타당화 작업 및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하며, 행정적 효과가 있더라도 교육적 손실이 많은 제도라면 도입해서는 안될 것이다.

* 글쓴이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입니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http://weekly.changbi.com)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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