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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현대미술 선구자 '뒤샹'에 관객들 뜨거운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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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9일만에 6만명 관람, 50주기 회고전 내년 4월 7일까지.
'혁신'과 '창조', '해석'의 천재 작가, 죽음도 불사한 작품 열정
기성품 활용한 '레디메이디 아트'로 '아이디어' 중시한 개념 미술 펼쳐
기존의 성(性) 부정하고 스스로 여성 분장, 새로운 성 정체성 표출

 

 

[이화순의 아트&컬처]  “나는 50년, 100년 뒤 관객을 기다린다.” 남자 변기에 '샘'이란 이름을 붙여 세기의 예술품으로 올려놓은 현대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1887-1968)의 긴 기다림에 국내 관람객들이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 사후 50주기를 맞아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이 지난 22일부터 마려한 국내 최대 규모 회고전에 9일 동안 6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6600여명이 다녀간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뒤샹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공동 주최로 마련한 이 전시에는 뒤샹의 작품 150점이 선보이고 있다.

 

뒤샹이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전 관장은 뒤샹을 ‘서양철학의 플라톤’에 비유했다. 미술사 연구자에 따라서는 미술사를 ‘마르셀 뒤샹 전과 후’로 나누기도 한다. 다다이즘, 초현실주의뿐 아니라 개념미술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 아무나 살 수 있는 평범한 기성품을 사서 그 기성품을 예술적 맥락에 배치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레디메이드(ready-made·기성품)’ 개념을 만들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뒤샹은  파리의 입체파 그룹에서 활동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로 유명세를 치렀다. 25세에 회화와 결별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 일명 ‘큰 유리’를 1912년부터 8년에 걸쳐 제작한다.

 

 뒤샹은 평생 기성 미술계에 혁신과 창조, 새로운 해석을 던졌다. 그리고 한차원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듯한 기성 예술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그 이후 다양한 현대 미술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전통에서 벗어난 독창성과 자유로움으로 다양한 예술 세계를 열어 제친 것이다.

 

 

 

뒤샹은 “예술이 모두 아름다울 필요도 없고, 모두가 다 좋다고 하는 것만이 예술일 필요도 없다”면서 많은 ‘레디메이드’ 작품을 전시했다. 또 “예술은 바로 우리 주위에서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 후 찾아본 전시장은  현대미술 선구자를 만난다는 호기심과 애정으로  동장군도 물리칠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전시는 작가의 삶의 여정에 따른 작품 변화를 총 4부로 나누었다.  1부에서는 작가가 청소년 시절부터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등 당시 프랑스의 호풍을 공부하며 제작했던 그림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특히 뉴욕 아모리 쇼에 전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1912년 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가 포함된다.

 

 


2부에서는 작가가 미술작품은 눈으로 보는 것, 즉 ‘망막적’인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여겼던 뒤샹의 ‘큰 유리’ 제작에 영향을 준 ‘초콜릿 분쇄기’ ‘통풍 피스콘’ 등 관련 작업과 ‘자전거 바퀴’ ‘샘’ 등 레디메이드 작품을 소개한다.

 

 

3부에서는 체스에 몰두하던 작가의 모습, ‘에로즈 셀라비’로 둔갑해 정체성에 질문을 던치는 작업, 그리고 미술과 공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광학적 실험을 했던 ‘’로토릴리프(광학 원반)‘ 등을 선보인다. 특별히 뒤샹의 작품을 총망라한 미니어처 이동식 미술관 ’여행가방 속 상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1941년 에디션과 필라델피아미술관 1966년 에디션을 함께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4부는 세계 여러 곳에서 전시를 하던 뒤샹의 아카이브를 보여준다. 또 마지막 작업으로 알려진 ‘에탕 도네’를 제작하며 남긴 스터디 작품도 공개된다.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영구 설치된 조각-건축물 ‘에탕 도네’와 소재의 특성상 이동이 어려운 ‘큰 유리’는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뒤샹의 삶과 작품에 영향을 준 사진작가 만 레이, 건축가 프레데릭 키슬러, 초현실주의작가 앙드레 브르통, 리차드 해밀턴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생전에 협업한 모습도 만난다.

 

 

 

기자와 만난 필라델피아미술관 큐레이터 매슈 애프런은 "뒤샹은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놀랍고 영향력이 큰 작가“라고 말하며 "뒤샹의 삶과 예술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1910년부터 그가 삶을 마친 1978년까지 시간순으로 작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뒤샹 이후의 모든 현대미술은 아이디어 자체가 매우 중요한 ‘개념미술’이 되었다. 뒤샹은 기존 예술가들과 다르게 당시 예술에 ‘혁신’의 메스를 가했고, 내용에 ‘혁명’을 일으켰다.

 

뒤샹은 1919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인쇄된 엽서를 활용해 모나리자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하단에 ‘L.H.O.O.Q.’라고 쓴 작품을 제작했다. 불후의 명작 ‘모나리자’에 낙서를 한 것도 모자라 ‘L.H.O.O.Q.’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제목의 발음이 프랑스어 “Elle a chaud au cul(그녀의 엉덩이는 뜨겁다)”와 같아 당시는 불손의 극치로 보여졌다.

 

 


뒤샹은 고정된 성 정체성도 부정했다. 1920년 뒤샹은 자신의 여성 분신을 만들어냈다. 여성 분신의 이름은 처음에는 ‘로즈 셀라비(Rose Sélavy)’였으나 우연한 기회에 ‘에로즈 셀라비(Rrose Sélavy)’로 바뀌었는데, 이는 프랑스어로 ‘Eros, c'est la vie(에로스, 그것이 삶이다)’와 동음이의어다.

 

뒤샹은 여성으로 변장한 자신의 모습을 만 레이의 사진으로 남기거나 자신의 양복을 입힌 여성 마네킹을 전시하면서 '에로즈 셀라비'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등장시켰다. 심지어 일부 작품에 '뒤샹' 대신 '에로즈 셀라비'라고 서명하기도 했다. 뒤샹의 여성 분신은 양성성을 표현하는 현대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뒤샹의 혁신 중에는 예술 개념 외에 전시의 개념을 깨는 ‘여행가방 속 상자’도 있다. 변기 작품 ‘샘’이 평범한 사물을 예술로 인증하는 데 필요한 미술관 제도의 역할을 짚어 보았다면, ‘여행가방 속 상자’는 ‘들고 다니는 미술관’으로서 미술관이나 갤러리 중심의 전시 방식을 뛰어넘는 새 전시 개념을 제시한다.

 

 ‘여행가방 속 상자’는 뒤샹이 자신의 작품 69점의 복제본을 상자에 배치한 작품. 고급형 24점, 일반형 300점 등 에디션 형태로 제작됐다. 이 ‘여행가방 속 상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에디션 중 하나를 약 6억 원에 구입한 뒤 한동안 논란이 일기도 한 작품이다.

 

뒤샹의 이런 파격적 행보는 수많은 작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잭슨 폴록(1912~1956) 등 현대화가와 팝 아트, 미니멀 아트 등 현대미술에 있어 새로운 작품들이 뒤샹 이후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담한 천재 예술가는 인생 후반기에 체스에만 관심을 두고 예술과는 작별한 듯 보였지만, 마지막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리 점잖은 관람객이라도 벌거벗인 나체의 여인을 훔쳐보도록 만든 작품 ‘에탕 도네’(불어로 ‘주어진 상태’를 의미)라는 대작을 만들었다.

 

 

 

단 네명만 알 뿐 비밀리에 진행된 이 작품은 하나의 방 크기로 구성한 설치작품이다. 그 방의 안은 오로지 낡은 방문에 난 2개의 구멍을 통해서만 엿보게 되어 있다. 그 구멍 안으로는 실제로 폭포가 흐르는 듯 보이는 배경 앞 풀 숲에 벌거벗은 여인(마네킹)이 누워 손에 램프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에탕 도네’는 디지털 영상으로만 볼 수 있다.

 

티모시 럽 필라델피아미술관장은 “서양미술에서 뒤샹을 이해하지 않고는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뒤샹의 업적이 새로운 관객과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전시는 2019년 4월 7일까지.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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