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소개하고 아시아 여성영화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봄햇살과 더불어 개막했다.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이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를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인 30개국 141편(장편 63편, 단편 78편)의 상영작을 준비했다. 또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커튼콜> 섹션과 <9707한국여성영화>를 비롯해, <오픈 시네마>, <몸의 정치학>, <판타스틱 여성영화> 섹션을 새롭게 신설했고, 다양한 부대행사와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는 성별과 세대가 장벽이 될 수 없다는 행사 취지 아래 축제 개최이래 처음으로 남성 감독의 여성주의 작품을 상영한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개막식에서 "10회를 맞아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나가려 한다"면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영화를 통해 다른 나라와 협력하고, 여성의 시선에 대해 남성과 함께 고민하는 등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 세계 여성영화의 최신 경향을 소개하는 <새로운 물결>, ▲ 이분법적 성담론에서 자유로운 도발을 꿈꾸는 <퀴어 레인보우>, ▲ 10대 여성들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시각을 살피는 <걸즈 온 필름>, ▲ 아시아 여성영화의 인큐베이터 <아시아 단편경선>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다큐멘터리,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 SF, 공포, 판타지,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폭 넓게 마련했다.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축제에서 상영됐던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앙코르 상영하는 자리인 <커튼콜>에서는 '팝의 여전사',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올가미' 등을 선보인다.
<9707 한국여성영화> 섹션에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독인 임순례 감독의 데뷔작 '우중산책'도 감상할 수 있다. '우중산책'은 갈 곳 없는 오래된 영화와 갈 곳 없는 남자들이 모이는 낡은 변두리 극장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노처녀 매표원 정자를 주인공으로 칙칙한 남성들의 공간과 그 속에 속박 당한 여성이 갖는 꿈과 현실을 조밀하게 탐색한다.
이번 영화제에서 손꼽히는 행사는 거장들과의 진지한 만남인 마스터클래스이다. 12일 오후 5시에는 감독특별전의 주인공인 펑 샤오리엔 감독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국민당 통치와 일본 식민지 과거를 갖고 있는 외상의 도시이자, 중국 자본주의의 아이콘인 상하이의 역사와 변화를 카메라에 담아왔던 펑 샤오리엔 감독은 이번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중국 영화와 여성영화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오는 16일 오후 5시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감독인 임순례 감독이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데뷔작 '우중산책' 뒤 주변화 된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냉정한 현실 인식을 놓치지 않은 본인의 작품들을 위주로 영화 제작동기, 제작방식, 연출론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들려준다. 임순례 감독은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신설한 '1기 박남옥 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진취적인 활동으로 한국 영화계를 자극한 여성감독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영화제 10주년을 맞아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 지하 1층 LG 컨벤션홀에서 유명한 학자들을 초청해 보다 깊이 있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오는 14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여성영화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한국 여성영화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날 여성주의 영화의 국제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한국 여성감독의 영화가 국제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또 아시아 국가에서 제작되고 있는 여성주의 영화의 현황, 정책, 제도적 지원 등을 발표하고, 각 국 여성감독의 합작영화나 국제적 배급망 수립에 관해 논의한다. 특히 이날 국제학술회의에 씨네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학자 테레사 드 로레테스를 비롯해 패트리샤 화이트, 미건 모리스, 루이자 웨이 등이 참석해 관객들에게 다시는 갖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또 15일 오후 1시부터는 <세계를 재생산하는 여성의 몸을 둘러싼 생체 정치학> 국제학술회의가 열려 여성의 몸이 세계의 변화, 재창조, 그리고 국가의 발전에 어떻게 연루되는지에 뿐만 아니라 세계의 변화, 세상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몸을 통해 이해될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 나눈다.
지난 해 충남 당진에서 열린 바 있는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이 장소를 옮겨 올해는 강원도 횡성에서 열렸다. 이주여성과 청소녀들은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했다. 몽골에서 강원도 원주로 이주한 사촌 아모르의 결혼 생활을 그린 '내 동생 아모르', 한국에서 만난 가족 같은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가족 같은 친구들' 등을 포함한 7편은 16일 오후 2시에는 상영한다. 상영 뒤에는 감독과의 대화(GV)가 마련돼 있다.
15일부터 17일까지 매일 오후 7시에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시와, 미니콘서트 '어쿠스틱 릴레이(Acoustic Relay)'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이다.
이번 영화제가 준비한 알찬서비스는 전문 보육 교사와 도우미들의 세심한 손길로 운영될 놀이방은 자녀를 동반한 관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될 것이며, 청각 장애우들의 편리한 관람을 위해 골도 기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 상영 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wffis.or.kr)를 참조하면 된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조차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여성의 시각이 낯설 때가 있다.
여성들에게는 빠듯한 생활로 무뎌졌던 여성주의적 시각을 일깨우고 남성들에겐 여성들의 시각을 이해해볼 수 있는 자리가 이달 10일 마련된다.
올해 제10회를 맞은 여성주의 영화 축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30개국에서 초청한 141편의 작품을 한 상 차려놓고 관객들을 맞이한다.
여성들과 일부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남성들만의 영화 축제를 벗어나 여성주의에 단순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와서 즐길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오픈시네마 섹션을 통해 국내외 남성 감독의 작품 6편을 소개하는데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인 ‘천국의 가장자리’▦과테말라 매매춘 여성 축구단을 그린 ‘레일로드 올스타즈’▦유대인 레즈비언과 여성공동체를 다룬 ‘비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여성주의적 시각의 영화가 다소 낯선 이들에겐 개막작 ‘텐 텐(Ten Ten)’과 변영주 감독의 ‘낮은목소리 2’, 임순례 감독의 ‘우중산책’ 등을 권할만하다.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영화 ‘텐 텐’은 ‘서울과 여성’을 주제로 제작된 6편의 옴니버스 작품 소설가 박완서 씨와 연기자 나문희 씨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완서 씨는 변영주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20세기를 기억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법’에 출연해 자신이 살아온 시절과 소설에 관한 이야기, 젊은 창작자를 위한 조언을 들려준다.
또 임성민 감독의 ‘드라이빙 미스 김옥분’에서 주인공으로 분하는 나문희 씨는 남편의 구박에도 꿋꿋하게 운전을 배우는 애교스러운 할머니를 연기한다 ‘텐 텐’은 독일의 울리케 오팅거, 한국계 캐나다인 헬렌 리 감독, 변영주 감독, 이수연 감독 등 국내외 여성 감독 6명이 제작에 참여했다. 개막작은 10일 오후 6시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상영되며 14일과 17일 신촌 아트레온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여성주의 영화계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목소리2’는 9707 한국여성영화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해달라는 강덕경 할머니의 요청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이 영화는 일본군 성노예로 살았던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경기도 ‘나눔의 집’을 배경으로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며 할머니들의 일상과 마주한다. 직접적인 문제제기와 주장 보다는 카메라의 따뜻한 시선과 웃음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실화를 담은 올 초 최고의 흥행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을 아직 보지 못 한 이들이라면 ‘몸의 정치학’ 섹션을 노려볼만하다. 영화제 측이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의 이름을 따 올해 신설한 ‘박남옥 영화상’의 첫 수상자가 ‘우생순’의 임순례 감독으로 선정되면서 임 감독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영화제작 동기, 제작방식, 연출론에 대한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이밖에 상영 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wffis.or.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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