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제69차 회의에서 '고창 11사단 사건'과 '함평 수복작전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 지원 등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고창 11사단 사건'이 한국전쟁 당시 국군 11사단장의 적의 양식 조달을 차단하는 작전에 따라 전북 고창지역 공비 토벌작전을 수행하던 국군에 의해 인근 지역 피난민과 마을 주민 등 최소 273명이 희생된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273명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이어서 일가족이 몰살됐거나 유족이 타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 조사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실화해위원회는 밝혔다.
'고창 11사단 사건'의 시작은 1950년 12월 22일 국군 제11사단 20연대 2대대 6중대는 해리면 동호리 선창가 주변과 심원면 고전리, 만돌리 해안가 등지에서 인근 지역에 몰려온 피난민 200~330여 명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또, 6중대는 또 1951년 1월 5일 '토끼몰이식'으로 붙잡은 피난민 150~200여 명을 공음면 선동리 선산마을에서 새끼줄로 묶은 뒤 순환식 경기관총으로 집단 총살한데 이어 1951년 1월 6일에는 상하면 하장리 오룡마을을 집집마다 수색해 숨어 있던 마을 주민 12~16명을 상하국민학교 주변 공터에서 집단 사살했다.
8중대 또한 1951년 3월 13일 상하면 용대리 택동마을 부근에서 빨치산과 교전 중 척후병 1명이 희생당하자 마을로 도주한 빨치산을 색출하기 위해 마을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주민 50여 명을 총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8중대는 1951년 3월 13일 상하면 자룡리 고리포 바닷가의 굴에 숨어 있던 피난민 60여 명을 4열 횡대로 세워놓고 무차별 사격을 가해 집단 학살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전북 고창군에서 발생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가운데 지난 2007년 11월 발표한 '고창 월림 사건'에 이은 두 번째 진실규명 사건이다.
한편 '함평 수복작전 민간인 희생 사건'은 1950년 10월 국군 11사단의 전남 함평군 수복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마을주민 52명이 빨치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학살된 사건이라고 결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고창 11사단 사건'과 '함평 수복작전 민간인 희생 사건'과 더불어 지난해 진실규명 결정한 '함평11사단 사건' 모두 국군 11사단이 한국전쟁 당시 공비와 빨치산 토벌을 이유로 거주민과 피난민들을 집단희생 시킨 사건이라고 밝혔다.
두 사건 가해자는 국군 제11사단 제20연대 제3대대 및 제2대대 군인들로 이들 가해부대의 지휘계통은 국군 제11사단 최덕신 사단장, 제20연대장, 제2대대장과 3대대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민간인과 빨치산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개된 토벌작전은 최덕신 11사단장의 명령으로 공비토벌의 전과 만을 만들어내기 위해 빨치산에게 협력했다고 간주되는 주민들을 무차별 사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진실화해위원회는 "두 사건이 빨치산과 교전이 진행되던 첫 수복작전 수행 중에 사건이 일어났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 국군이 적법한 절차 없이 비무장, 무저항의 민간인을 집단 살해한 것은 인도주의에 반한 야만적 행위로서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을 침해하고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와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 재발 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할 것과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의 지원 및 군인과 경찰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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