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물의 컬러”
컬러리스트 국내 1호 - 김민경
“20세기가 땅의 컬러라면 21세기는 물의
컬러입니다. 물의 컬러에는 인간이 싫어하는 컬러는 존재하지 않고, 색 자체가 맑고, 투명하고 아름답습니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상품의
브랜드와 품질이 점점 극대화하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컬러가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컬러리스트 국내 1호 김민경의 21세기
컬러 제안이다.
김민경. 듣지는 못했어도 한 번쯤 ‘어! 어디서 봤는데...’하면서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미 수차례의 강연과 신문·방송· 잡지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명실공히 ‘컬러리스트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닌다. 컬러리스트 분야에서 ‘김민경’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불모지와도 같은 컬러
분야 개척
자신을 “색채를 연구하고, 색채교육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김민경. 그녀는 색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다. 20여년이 가까워
오지만 지금도 색깔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다고. 컬러에 대한 그녀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녀의 말과 몸짓에서 그런 당당함을 느낄 수가
있다. 대학 2학년의 딸을 둔 여성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탄탄한 몸매, 세련된 복장, 아름다운 메이크업 등은 그녀가 얼마나 자기관리를
잘 하는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그녀는 <튀는 색깔이 뜨는 인생을 만든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생활 속 모든 색깔을 작품 속에 반영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색이 또 다른 상품으로 개발됐을 때 맛볼 수 있는 만족감을 그 안에 담았다.
하지만 김 소장이 처음부터 컬러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녔다. 미국유학으로 미술을 공부하던 그녀는, 같은 아시아계 태국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 선진국이 컬러 산업이 발달과 전망에 대한 확신이 섰다. 그녀는 미국에서 채 공부를 마치지도 못하고, 급한
마음에 프랑스로 건너가 연수를 받았다. 색채는 단연 3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이 본산지이기 때문. 이후 벨기에, 독일, 일본 등을
거치면서 김 소장의 컬러 인생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컬러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컬러리스트”라는 개념도 바로 서지 않았던 1989년, 컬러가
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수년간을 컬럽분야 개척에 매달렸다. 그런 그녀
의 노력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벤처기업들이 브랜드 파워는 약하지만 기술력과 함께, 소비자 선호도에 맞는 컬러로 승부를 걸면서 인식들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향후 3~4년의 유행컬러도 발표
그녀는 현대를 “컬러 파워 시대”라고 말한다. “비쥬얼 이미지가 모든 분야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며,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컬러”라면서
“컬러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차별화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이 시대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국내 색채 관련 산업은 아직 ‘걸음마’수준에 불과하다.
1993년에는 한국 케엠케 색채 연구소를 설립하여 현재 국내·외 제품 컬러컨설팅 및 제품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그녀는 연구소의
프로젝트보다 더 세심한 애정을 갖고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숙명여대 경영대학원에서 색채학을 강의하고 있고, 더 많은 ‘컬러리스트’를
양성해 내기 위해 자신의 연구소에 컬러리스트 전문인 과정을 개설해 꾸준히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그녀는 매년 4월이면 프랑스에서 열리는 31년 전통의 세계적 메이크업 박람회인 ‘누벨 에스테틱 팔레 데 콩그레 엑스포’에서 동양인 최초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어 국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동양인, 서양인, 흑인의 피부색에 따른 글레머룩’을 강연해 극찬을 받기도 했다.
향후 3~4년의 유행컬러까지도 발표하는 사람이 바로 김 소장이다. 남보다 앞선 생각과 끊임없는 자기노력에서 그녀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묻어난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