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넥타이 성공 부른다?
패션계 통설, 불황기 바지정장, 무채색 유행
올 봄 유행패션 중에 하나가 바로 미니스커트다.
미니스커트는 통상적으로 경기가 호황일 때 유행한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의 행동을 비교연구한 영국의 데스먼드 모리스 교수는 ‘인간행동에 관한
연구(1977)’에서 경기지수와 여성의 치마길이가 정확히 반비례한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호황기였던 1920년대와 1960년대 미니스커트가
유행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미니스커트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경제가 좋아질 때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통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올 봄 경기 전망은 아직 밝지 않다. 치마 끝 선 법칙에 어긋난 것이다. 항상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경제상황과 관련한 패션계 통설을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수석의 도움으로 알아보았다.
실용성 중시 청바지,
패딩 유행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호황기와 불황기에 공통적으로 유행하는 아이템은 있다. 불황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청바지와 바지류 △단순한
디자인 △어두운 색상(검정 회색 곤색) △남성 정장 등이 인기를 모은다.
실용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청바지를 비롯한 바지류의 판매가 두드러지고 기존에 갖고 있는 옷들과 코디하기 쉬운 심플한 디자인, 어두운 색상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특히 회색은 다른 색과의 조화가 가장 쉽고 안정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정장은 성실감과 신뢰감을 주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특히 남성들이 즐긴다고 한다. 실례로 1998년 밀라노와 파리 등 패션도시에서 제시된 유행 예상 컬러는 화사한 파스텔톤이었지만 외환위기를
맞은 우리나라만은 짙은 회색정장이 붐을 이뤘다.
또한 이 시기에는 사선 스트라이프 무늬 넥타이가 강세를 보인다. 정장을 입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다소 고루한 느낌은 줄 수 있으나 안정감,
성실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 기간동안 대선 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사선 스트라이프 무늬 넥타이를 매고 TV에
자주 등장한 것도 이와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다. 참고로 증권가로 유명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주가가 올라갈 때는 빨간색 넥타이를, 하락할
때는 청색 넥타이를 매는 습관이 있다.
작년 겨울 최고의 인기 아이템은 패딩점퍼였다. 패딩은 IMF한파때 인기를 끌었다가 경기가 좋아지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것이
작년 경기가 안좋아지자 다시 불티나게 팔렸다. 보온성과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패딩을 선택하게 한 가장 큰 이유다.
복고풍 ‘아! 그리운 옛날이여’
이 외에도 복고풍과 빈티지룩의 유행도 경기침체와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세계평화 위협이라는 악재 속에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 복고풍은 올해도 최고 유행 테마로 손꼽힌다.
또 경기가 급속히 나빠진 199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일명 ‘거지패션’, 빈티지룩은 찢어지고 물빠진
청바지를 필두로 이번에도 여전히 유행의 한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견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유행의 통설들은 항상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점점 현대인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과 개성표현
욕구가 강해지면서 어긋나는 경향은 잦아지고 있다. 전반적 유행은 따라가면서도 자신의 색깔에 맞게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의지가 많아진 것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올 봄엔 미니스커트와 파스텔톤이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전초가 되길 기대해 본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