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요구하며 촛불집회가 한창인 때 1일 일부 유통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했다.
수입육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창규 회장이 운영하는 에이메트는 이미 지난 1일 서울 시흥동 본사 직영점에서 검역을 통과한 다른 수입업체의 살코기 200톤을 시범판매했다.
이 정육점에서는 국거리(100g) 650원, 윗등심(100g) 900원, 알등심(100g) 2300원에 판매했다.
이번에 판매되는 물량은 지난해 10월 검역 중단 이전에 확보했던 냉동 쇠고기다. 하지만 수입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시작하자 우려와는 달리 거부감보다는 호기심이 앞서 값이 싼 가격에 손님의 관심을 끌었다.
준비된 물량은 5시간만에 동이 났고 창고에서 긴급히 조달한 나머지 100㎏도 오후에 팔려나갔다. 이날 하루에만 미국산 쇠고기 300㎏이 소비됐다.
특히 신촌에 있는 ○○교회에선 회식용으로 35㎏의 쇠고기를 사갔고, 국무총리실도 12㎏을 주문해갔다. 한승수 총리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 이 구매는 총리실이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강조하고 불안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미트는 먼저 검역을 통과한 다른 업체로부터 받아온 현재 물량 외에 20t가량의 자체 보유분도 이번주 말쯤 검역을 통과하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수입육협회는 이에 따라 쇠고기 자율결의에 참가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80여곳에 공문을 보내 전국동시판매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할인마트들도 여론 때문인지 판매에 소극적 반응이어서 검역을 통과한 물량이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기는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국내에 반입된 뼈없는 살코기 5,300톤 가운데 경기 용인 등지에 보관중인 2,000톤이 조만간 검역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장관고시 발효 이후 30일과 이달 1일에 총 253톤의 뼈없는 쇠고기가 이미 검역에 통과됐다.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오는 10일쯤 공동으로 전국 동시판매 마케팅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판로(販路) 확보에 나섰다.
한편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1일 4살짜리 손자 등 가족들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로 저녁식사를 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2일 "한 총리가 어제(1일) 저녁 8시께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부인인 홍소자 여사, 아들 내외, 4살짜리 손자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를 구워 먹었다"며 "경호원 등 총리공관 직원 10여명도 직원식당에서 쇠고기를 먹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1일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가 재개됐다는 보고를 받고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국민들이 안심할 것"이라며 쇠고기 구입을 지시했다.
한편 총리실 고위간부들도 3일께 세종로 정부청사 직원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함께 먹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990년 5월, 당시 영국 농림부장관이던 존 검머는 자신의 4살된 어린 딸과 함께 BBC 방송에 출연하여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직접 햄버거를 먹는 연출을 했다. 당시 존 검머는 TV에서 "광우병이 동물에게서 인간에게로 전파된다는 증거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참조할 수 있는 모든 과학적 증거들에 비추어볼 때 쇠고기는 안전합니다"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10년 동안이나 국민들에게 "광우병이 인체에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으며, 광우병은 인체에 어떠한 위험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쇠고기를 먹는 것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한승수 총리가 가족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한 이번 일은 1990년 5월, 당시 영국 농림부장관 존 검머가 어린 딸과 햄버거를 먹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리고 한국정부가 미국산 쇠고기가 무조건 안전하다고 발표하는 모습도 1990년 당시 영국모습과 흡사하다.
정확한 개관적 자료와 발표가 촛불을 잠재울 수 있는데 아직 정부는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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