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친정권적 낙하산을 방송사와 방송유관기관에 잇달아 투하하고 있다.
신문법을 없애 신문-방송겸업금지를 풀겠다고 한다. 거대신문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소리다. KBS2와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방침과 맞물려 친정권적인 조·중·동이 유력한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규모 3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은 지상파 방송, 보도채널, 종합편성채널을 소유, 겸영할 수 없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IPTV 사업자 자산기준을 지난달 27일 10조원으로 증액했다. 중견급 재벌들이 YTN과 같은 보도채널 또는 지상파와 비슷한 종합편성 채널을 갖게 됐다는 소리다. 재벌방송을 만들겠다는 뜻말고는 달리 해석이 어렵다.
여기에다 방송광고정책을 통해서도 방송장악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해체가 그것이다.
방송사는 광고를 팔아 그 재원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송출한다. 방송사는 광고영업을 바로 이 코바코에 일괄적으로 위탁하고 있다. 방송사는 신문사와 달리 직접 광고를 판매하지 않는다. 그 대신 코바코가 광고를 연계판매해서 그 물량을 방송사에 할당한다.
이처럼 광고를 간접판매하기 때문에 광고주가 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광고주의 제작내용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방송이 신문에 비해 자본으로부터 자유스러운 것은 바로 이 제도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코바코를 없애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기세를 올린다. 그 이유는 궁색하게도 5공 잔재라는 것이다.
코바코는 독점체제라 이에 따른 폐해가 있다. 그것은 역대정권이 낙하산을 심어 방만하게 경영한 탓이 크다. 이런 문제라면 경영혁신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코바코를 없애겠다는 데는 방송장악이란 정치적 책략이 깔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방송계를 무한경쟁으로 내몰아 정치무관심(political apathy)을 조성하려는 포석이다.
시청률이 높아야 광고가 붙는다. 광고시장이 경쟁체제로 돌입되면 누가 더 벗기고 더 야한 소리를 내느냐는 선정성-음란성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낮은 교양-시사 등 공익적 프로그램은 설 자리를 잃고 오락물과 선정물만 판친다. 광고수주를 위한 과당경쟁이 시청자 주권을 소멸시키고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을 파괴하고 말 것이다.
지상파 방송은 영향력도 크고 시청률도 높다. 광고가 그곳으로 몰릴 것이 뻔하다. 광고료가 올라가면 광고가 대기업 위주로 편성된다. 중소기업은 광고시간을 얻지 못해 상품판로가 막힐 수 있다.
반면에 교양프로그램을 주로 다루는 CBS 같은 종교방송은 생존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경제력이 서울에 집중된 현실에서 지방방송도 같은 처지에 놓인다. 소외계층을 위한 소형매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방송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코바코를 없앤다고 한다. 공공성-공익성은 방송의 소중한 가치다. 방송은 사적영역이 아닌 공적영역이다. 코바코 해체를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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