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보유 주식이나 펀드 등을 담보로 대출받아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11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차례 꺾였던 증시가 다시 강세를 보이자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에 뛰어드는 무리한 투자가 우려를 낳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총 11조467억원(유가증권 5조1436억원·코스닥 5조9030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달 18일 10조782억원으로 10조원 선을 회복한지 불과 약 보름 만이다.
올들어 9~10조원 수준을 유지하던 신용융자 잔고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증시하락과 함께 6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지자 갈곳 없는 뭉칫돈이 증권시장으로 흘러가면서 증시가 점차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고수익을 찾아 개인투자자들이 빚까지 내면서 투자에 뛰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세원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1조원이면 올해 최고치이기도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 실물경기는 아직 회복이 안됐는데도 주가가 크게 오르고 빚까지 내며 투자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코스피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더 크게 늘고 있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올해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 3월24일 대비 코스피의 경우 약 65.4%, 코스닥은 76.8% 올랐다. 주가 상승률이 높은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단타 거래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증권사에서 받는 대출은 제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대출 금리는 조건이나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8% 수준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0%대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빚을 내어 투자하는 배경은 그 이자 부담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있다. 게다가 투자 목적의 대출은 2~3주 단기간에 쓰이다 보니, 이자율이 높더라도 실제 지출하는 이자 부담은 크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자가 여전히 나오고 실물경제는 여전히 침체됐는데도 빚내어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뜻이자 증권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확신이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