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과 부동산·주식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로 동결했다. 지난 3월 임시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내리고, 5월 금통위에서 다시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한 뒤 이달 같은 수준을 유지키로 한 것이다. 이번 금리동결은 금통위원 7명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 동결 이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 부진한 국내 경기를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더욱이 부동산·주식시장 과열 양상에 따른 부담감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유례없이 낮은 기준금리가 시중 유동성 증가에 일조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풀려날대로 풀려난 유동성이 소비와 투자 등 실물 경제에 유입되기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흐르면서 가격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진정 기미를 보인 주택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미 기준금리는 통화정책 약발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실효하한'에 거의 다다랐다.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은이 섣부르게 움직였다가 집값 상승 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감안해 금리를 묶어 발을 맞출 필요도 있던 것으로 해석된다.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최근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되찾은 점 등을 감안했을 때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만한 명분도 없던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있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올해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는데 현재로서는 워스트(Worst ·최악)까지는 안 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도 이날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부진이 심화돼 추가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리 외에 대출, 공개시장운영 등 다른 정책수단을 적절히 활용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