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공포! - 언제 잡히나?
지구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전쟁
사스 사망자 100여명, 백신 개발 등 각국 대책 마련에 고심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전쟁보다 무섭다.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사스는 잘 발달된 세계화 루트를 타고 멀리 하와이나 캐나다 온타리오까지 퍼지면서 엄청난 희생자를
만들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경제적 타격은 물론 각종 유언비어가 나도는 등 심리적 공항까지 심각한 상태다.
최초 발생지로 추정되는 중국에서 최근 환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추세다.
감염지역도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일 세계보건기구(WHO)는 15개국에 사스 감염자가 2,939명에 사망자가 최소 106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53명이
사망해 현재 희생자가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홍콩 27명, 캐나다 10명, 싱가포르 9명, 베트남 4명, 태국 2명, 말레이시아에서 1명이
사망했다.
사스를 막기 위한 각국의 노력도 점차 다각도로 시행되고 있다. 말레시아는 사스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했고,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다. 싱가포르 가톨릭 당국은 성당에서 신부들에 의한 고해성사를 잠정 중단시켰다. 좁은
공간 안에서 신자와 신부간의 고해성사가 사스 감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원인균, 감염경로 확실치 않아
WHO를 중심으로 10여개국의 전문학자들이 즉각 사스의 최초 발생처를 추적하고 예방 퇴치를 위해 국제 공조에 나섰지만, 아직 백신이나 예방약이
개발되지 않았음은 물론 원인균이나 감염경로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WHO 조사단은 지난 8일 사스의 원인균이 코로나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위장관 소화기 계통에 침입해 구토, 설사로 인한 탈수와 고열을 일으킨다. WHO 조사단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의 원인균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이 발견됐다”면서도 “아직 최종 발표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감염경로도 호흡기분비물이나 체액 등에서부터 바퀴벌레 등 다양한 견해가 제기됐다. 홍콩 보건당국은 지난 9일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의 하수도에
사스균에 오염된 쓰레기와 물이 침투하면서 바퀴벌레 등이 이를 다른 건물로 전 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스의 잠복기간이 최대 16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동안 WHO는 사스의 병원균 잠복기간이 11일을 넘지 못한다고 판단해 방역 대책도 그에 맞춰 마련돼 왔다. 따라서 홍콩측의 연구 결과가
사실일 경우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과 싱가포르 중국에서 사스 통제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잠정 결론
각국에서 사스를 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미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는 지난 7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스 백신과 치료법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장 병원에서 치료약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무리라는 것이 미 NIH나 CDC의 입장이다.
이는 사스의 원인균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지고 있으며 설령 코로나바이러스가 맞다고 하더라도 실제 판매까지는 동물실험 등 과정이
남아있어 올 연말께나 시판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스의 백신 개발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학자도 있다. 환자 증가율이 높은 홍콩의 한 방역학자는 향후 2년내에 주민의 80%가 감염될지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WHO는 비교적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로버트 브레이만 WHO 조사단장은 사스확산이 일단 진정추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사스가
자연 소멸되거나 전염력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