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노숙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륭전자분회, 이랜드 일반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 KTX, 새마을호 승무지부(아래 장기투쟁노조)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이들의 투쟁이 장기화가 되면서 당사자들의 삶의 문제에 대한 조명은 부족한 측면이 있어 이들의 삶의 문제들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자리를 가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과 더불어, "투쟁 종료 이후 조합원들에 대한 사회적 대책도 마련되어야 함을 촉구"했다.
산업의학 전문의인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서 "장기투쟁노조 조합원 12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정신질환이 의심돼 정신과 의사의 면담이 필요한 경우가 18.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인을 상대로 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보다 7.3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당장 면담이 필요하지는 않더라도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인 이른바 관리대상군도 전체의 35%에 달했다.
이들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쟁애지수를 T점수(표준점수의 한 종류)로 환산할 경우, 평균 55.8점으로 서울역 노숙인들의 54.7점보다도 높게 나타나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합별로는 40대 이상의 여성조합원이 많은 이랜드 조합원의 경우, 투쟁 장기화에 따른 강박증, 우울, 적대감의 수치가 높았던 반면, 노숙투쟁을 벌인 코스콤 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은 대인예민성과 신체화(신체의 이상징후)의 수치가 높았다.
주된 스트레스 원인에 대한 조사에서 전체의 22.3% 응답자가 '향후 투쟁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답했고,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뒤이어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KTX 새마을호 조합원의 경우, 2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사무국장은 조사 대상자 선정에 대해 "비정규직 관련 쟁점으로 1년 가까이 투쟁을 진행해 온 노동조합의 조합원 전원을 1차 대상으로 했으나 최종적으로 이랜드 일반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 KTX, 새마을호 승무지부 조합원 전원을 조사 대상자로 선정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설문지의 구성에는 성별, 연령, 결혼상태, 소속, 근무 기간 등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문항을 조사"했다면서 "조합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영역에 대한 구조화된 설문지를 제작하기 위하여 1차적으로 각 노동조합별로 소그룹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근거하여 스트레스 영역에 대한 설문지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증상 조사 도구로는 정신과 영역에서 그 타당성이 입증된 Symptom checklist-90-revision, SCL-90-R을 사용하였다"면서 "설문 조사 방법으로는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세 노동조합의 조합원 전원에게 설문지를 배포하여 자기기입식으로 설문을 작성하도록 하였고 작성된 설문지를 수거하여 총 120부의 설문지가 수거되었다"고 덧붙였다.
노동건강연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이번 조사결과에서 보듯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체적인 삶의 질 자체의 저하를 반영한다"며 "고용문제 해결을 포함한 투쟁 종료 뒤의 적절한 직장 적응기간 제공 등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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