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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또 다른 이길준을 위하여 … 이길준과 함께하는 저항,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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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신월동 성당에서 농성을 어렵사리 시작했던 이길준은 중랑경찰서로 자진출두 하였다. 이길준이 처음 찾아왔을 때, 우리는 그를 말렸다.
촛불집회 진압에 참여했던 의경이 양심선언을 하고자 하는 것. 우리는 그런 상황을 항상 기대했고 꿈꿔왔다. 하지만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우리를 짓눌렀다. 개인이 감당해야할 것이 너무 거대하고 견뎌야할 고통들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차마 병역거부를 하자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심지어 지지와 격려의 목소리도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는 이미 마음을 결정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이길준은 짧은 농성이었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어려움을 마주해야 했다. 그것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병역거부라는 길은 애초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결국엔 혼자서 책임져야할 자신의 삶의 길이다. 그런데 이길준의 경우는 다른 병역거부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견뎌야 했다. 아들의 결정에 까무러치시는 부모님부터, 부담스러울 정도의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고마운 분들, 자기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로부터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내는 일보다는 차라리 국방부나 경찰청이랑 싸우는 일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이길준의 양 어깨에 지워진 짐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전의경제도 폐지'라는 묵직한 시대적 사명이 한 개인에게 지워진 것이다. 그것은 옆에서 지켜보기 딱한 풍경이었다. 남들보다 더 감성적이고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에게, 질끈 눈감고 방패 휘두르고 자신을 합리화하지도 못하는 헬멧 속에서 혼자 울기만 한 여린 사람에게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주어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어렵고 힘든 결정을 한 이길준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했다. 물론 이길준은 전의경제폐지의 대의를 위해서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한 결심이었겠지만 말이다. 좀 더 잘 지켜주고 좀 더 즐겁게 농성하고 저항하다 보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커다란 응어리로 남아있다.
이길준을 사실상 부대에 감금한 경찰
이길준은 지금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부대에 사실상 감금되어 있다. 법원이 도주의 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여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는데, 경찰에서 이미 복무의사가 없다고 밝힌 이길준을 부대로 끌고 가 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이길준의 행동을 깎아내리려고 잔머리를 무지 쓰고 있는 눈치인데, 진심을 가지고 나서는 사람에게 쪼잔한 꼼수가 먹혀들리 없다는 것을 빨리 알아야 할 것이다. 어쭙잖은 징계나 사건의 무마 시도가 사태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이길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 하였다. 일반적으로 이미 기각된 영장이 재청구 되려면 추가적으로 범죄의 상황이 발견되어야 한다. 검찰은 명령불복종을 새롭게 추가하여 영장청구를 하였다. 하지만 이미 의경복무자체를 거부한 마당에 그리고 그 거부의 계기가 되었던 촛불집회의 진압을 명령해놓고 그것을 따르지 않았다고 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나친 무식 아니면 의도적으로 징계를 주기 위해 흔히 말하는 건수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고 사회가 뒤로 간다고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법치주의의 룰을 깨뜨리면서까지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에 황당함을 넘어선 분노를 느낀다.
검찰, '명령불복종'이라며 영장 재청구
이길준에게 지워져 있는 커다란 짐, 우리 모두의 숙제인 전의경제도 폐지. 이길준이 사회에 던져준 기회를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1970년 잘못된 탄생을 채 슬퍼하지도 못한 채, 민주화운동의 탄압으로 내몰린 시대의 사생아인 전의경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의경들의 폭력에 쓰러지고 다치고 상처받았으며 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전의경으로 복무하면서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폭력의 흔적을 남겼는지를 마음 아프더라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세상엔 참 나쁘고 못된 법과 제도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인간성을 하얗게 태워버리는' 전의경제도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과연 우리의 인간성은 그 야만의 불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제 그만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전의경제도 폐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미래다. 불길에 그을리고 더러는 타버린 우리의 '인간성'을 위하여,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시위진압에 나서고 있을 또 다른 이길준을 위하여.

* 본문은 주간 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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