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MBC는 저녁 10시40분쯤 올림픽특집 뉴스데스크가 끝난 뒤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에 대한 사과' 이행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사과방송을 했었다.
MBC는 4개의 화면에 걸쳐 방영된 사과문을 통해 "PD수첩이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물학대 동영상과 광우병 의심환자 사망소식을 다루면서 여섯 가지 오역이 있었고 진행자가 주저앉은 소에 대해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표현을 방송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광우병 발생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던 지난 4월29일 방송 이후 105일 만이다.
MBC 엄기영 사장은 이날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확대 간부회의에서 "'PD수첩'의 기획의도와 사실관계의 정확성, 그리고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과방송을 언론시민단체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노조가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한 굴복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도부 유고 사태에 대비해 차기 지휘부를 선임했다. 또 '공영방송 사수대'를 구성해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강제체포와 압수수색에 물리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MBC방송경영인협회도 성명을 통해 "경영진은 방송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라고 물으며 사과방송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사과방송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가슴은 참담한 그 자체였다"며 "우리의 선배들이 20년 넘게 온몸을 바쳐서 지키려고 했던 방송 민주화의 업적은 단 2분여 동안에 무너지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MBC 시사교양국 CP들과 PD들도 사내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CP들은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내려진 방통위의 부당한 심의결과에 굴복한 경영진의 결정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국민의 건강과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해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한 'PD수첩'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PD들도 "'PD수첩'에 대한 심의는 명백한 정치보복성 표적심의 였다"면서 "가장 아프게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PD수첩'을 손봐줌으로써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 심의의 본질이었다. 심의의 이런 정치적 성격 때문에 시사교양국 PD뿐 아니라 MBC 구성원 대다수가 재심을 요구했던 것인데 경영진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의 '시청자 사과 명령'이 경영진의 독단에 의해 도둑방송된 것"이라며 "시청자 사과 방송만이 아니다. 경영진은 'PD수첩' 팀장과 MC를 경질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에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MBC 박성제 노조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엄기영 사장과 경영진의 결정은 공영방송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라면서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방송을, 그런 제작진의 행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MBC경영진을 비판했다.
박 노조위원장은 "한 마디로, 비판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정권과 보수 언론들의 합작품이라고 보고 있다"고 단언했다.
MBC 노조는 오는 18일 조합원 총회를 소집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정부의 방송장악 저지와 'PD수첩' 사수를 위한 투쟁방향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PD수첩 사과방송으로 MBC의 노사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MBC PD수첩 인간광우병 보도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조만간 PD수첩 측을 접촉해 한 차례 더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원론적인 차원에서는 출석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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