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6일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금리가 높다는 지적과 관련해 "불필요한 자금 신청을 줄이려면 평균 시장금리 수준에서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권고안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불완전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배상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의 뉴딜펀드 관련 보고서 논란에 대해서는 "특별히 압력을 행사하거나 유도할 위치는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에 줄 때 7%가 넘는 대출금리가 적용되는데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누가 이용하겠느냐"며 기안기금 금리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안기금 운용심의회가 2조4000억원 기금투입을 결정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대출금리를 연 '7%+α(알파)' 수준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성 의원은 "1~1.5%대 금리로 조달해서 7%대에 대출을 내주면 되겠느냐"며 "기안기금은 이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함인데 금리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이 회장은 "기안기금 금리는 운용심의위에서 해당 지원 업체의 신용등급에 맞는 시장금리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금리도 타당하나 저희는 평균 시장금리에 자금을 지원해야 불필요하게 자금신청이 들어오면서 금융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TO 보조금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며 "정책적 필요성이 있으면 심의회에 의견을 전달하고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8일 공식 출범한 기안기금은 7월 7일 기간산업안정기금 홈페이지에 지원신청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기안기금 지원 대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총 9개(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업종이다.
출범 100일이 넘도록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기업이 없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계속됐다. 지난달 1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결말이 '노딜'(No deal·거래 무산)로 종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1호 지원 대상이 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안기금 신청기업이 아시아나항공 단 1건이라면서 저조한 집행 실적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조건이 부담스러워서 시장에서 해결하려는 경향도 있고 자체 조건이 안되서 신청을 안하는 기업들도 있다"며 "아직까지 기금의 집행이 낮다는 것은 현실이지만 추이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금융감독원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권고안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는 "불완전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배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배상결정을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키코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치솟자 파생금융상품 키코에 대거 가입했던 수출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줄도산한 사건이다. 당시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이를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이 2013년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라고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듯 했으나,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키코 재조사를 강력하게 추진하며 사태는 재점화됐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 6개 은행들을 상대로 키코 피해기업 4곳에 손실액의 최대 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중 우리은행을 뺀 나머지 5개 은행은 모두 불수용한 상황이다. 키코가 권고한 산업은행의 배상액은 28억원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자세한 사항을 검토를 해봤고 법무법인과 협의했는데 다툼의 여지가 있고 명백히 저희가 불완전판매한 혐의가 없다"며 "배임에 상관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설명을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건전한 헤지(위험 회피)가 아닌 투기성 흔적도 발견했고 당사자가 많은 분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전문성을 가진 분이라고 판단된다"며 "저희가 배상을 하는 것도 국민세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 하에서 분조위 결정에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또 "법원 판결은 잘못됐고, 분조위 판단이 옳다는 것은 잘못된 말"이라며 "저희가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협의한다. 라임펀드는 저희가 잘못이 있어 합의를 보고 종결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의 뉴딜펀드 관련 보고서 논란에 대해서는 "특별히 압력을 행사하거나 유도할 위치는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12일 '국내 그린 뉴딜 추진과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 뉴딜이 지난 2009년 시행된 '녹색 성장' 등과 유사해 참신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해 주목받았다. 산업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보고서의 내용은 집필자의 견해로, 산업은행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산업은행의 국가적 과제인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 적극 매진할 계획"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은 "균형잡힌 보고서인데 마치 이상한 일이 발생한 것처럼 보도해명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며 "산업은행 보고서나 하나금융투자의 보고서 등이 나왔다고 난리를 피우는 이런 분위기가 문제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에서도 정부의 일방적 뉴딜펀드 부담 전가를 비판하는 등 피로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회장은 "제가 특별히 압력을 행사하거나 유도할 위치는 아니다"라며 "뉴딜에 대한 산업은행 보고서에 대해서 보도해명자료를 낸 것은 균형잡힌 참신성보다 집행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그것을 발췌해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도해 오해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뉴딜 등 뉴딜 전체에 대해 많은 새로운 정책이 있는데 보고서를 쓴 연구원은 그린뉴딜에 한정하다보니 과거와 많이 중복됐다고 한 것"이라며 "뉴딜은 데이터댐, 스마트 의료 인프라 등 새로운 것이 많고 그린뉴딜에서도 과거와 달리 중간단계에서 달성이 되는 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큰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또 이 회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했던 건배사 논란에 대해 또다시 사과하고 "앞으로는 여야를 막론하고 조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발언 실수에 대해 이미 두 차례 공식적으로 사과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사과한다. 실수한 것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지키면서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년 업무수행을 보더라도 편향적으로 이끌어 오지 않았다"며 "의원들과의 소통이나 협의가 필요해 저희가 과거에 그런 행사에 나갔다. 앞으로는 여야를 막론하고 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 전 대표의 전기 만화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전 대표가 하신 말씀 중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 '우리(민주당)가 20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며 "민주 정부가 벽돌 하나하나 열심히 쌓아도 그게 얼마나 빨리 허물어질 수 있는지 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건배사로 "가자 20년, 대한민국 1등 국가"를 제안했고, 국책은행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 회장이 전문가로서 일은 잘 하는데, 정무적 감각이 없는 것 같다"며 "괜한 오해를 받으면 큰 일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유럽연합(EU)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서는 "연말, 아니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 기업결합심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중공업이 노력하고 있어 EU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들었다"며 "100%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건 없는 승인이 나올 수 있지만 그게 안된다면 레미디(Remedy·개선)하면서 할 수 있다고 보고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KDB생명보험 매각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마지막 단계"라며 "연말까지 거래 종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