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50주년 기념
‘해군의 날’ 행사
미해군 사령부 주관,
한·미·영 참전용사 참석
허드너 예비역 해군대령,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 명예훈장
지난 5월30일, 부산 제8부두에 접안한 미해군 함정 포트 멕헨리에서 한국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해군의 날 행사가 주한 미해군 사령부 주관으로 열렸다. 행사에는 명예훈장 수상자인 토마스 허드너 미 예비역 해군대령과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 최기출 해군참모차장,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박임용 제3함대 사령관, 안상영 부산시장, 왕상은 한미우호협회회장
등이 참석했고, 이날의 주인공 한국전 한·미·영 참전용사와 가족 200여명이 자리해 총 500명이 넘는 대행사로 펼쳐졌다.
노년기에 접어든 역전의 용사들 해후
행사가 시작되기 전 노년기에 접어든 역전의 용사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전우와 안부를 전하며 악수를 나눴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생사를 함께 했던 용사들은 뜨거운 포옹을 하며 눈물을 훔치기도했다. 모습도 종종 보였다.
미·영 참전용사와 가족들 |
한국참전용사들 |
미해군의장대 |
한국해군군악대 |
헌화식 |
이윽고 강순원 신부의 축도로 기념식이 시작됐다. 강 신부는 1950년 12월, 미국상선이 1만4,000명의
목숨을 무사히 거제도로 피난시킨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그 배에 자신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을 애도하면서
“이역 삼만리에서 목숨을 바친 거룩한 행동은 인류구원의 가르침에 대한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강 신부의 축도에 이어 행사를 주관한 존스 미해군 제독이 연설단에 올랐다. 존스 소장은 우선 참석자 전원과 행사준비에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한국말로 직접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강 신부를 포함한 많은 생명을 거제도로 피난시키는 데 공헌했던 러니 대령(당시 장교)을 소개하면서 “그때 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자유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어 명예훈장 수상자인 김영관 현 성우회장의 연설이 진행됐다. 김 회장은 1947년 2월 해군 소위로 임관하여 해군 장교로서 근무하던중
한국전에 참전했다. 한국 전쟁 당시 부산경비부 사령관으로서 부산항만 방어임무를 수행했고, 901함장 재직중에는 통영상륙작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후 1966년 9월부터 1969년 4월까지 해군참모총장으로 재직했고, 전역 후 영남화학 사장, 주월남대사, 해사교육재단 이사장, 한국해양연맹
총재를 역임했다.
연설문에서 김 회장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이날 많은 비가 쏟아진 날씨에 대해 “오늘 행사에 비가 오는 것은 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끈끈하고 견고하다”며 “한미해군은 함께 싸우면서 피를 나눈 형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워싱턴 한국전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를 인용해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고 말하며
“우리의 자유와 평화는 한미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북핵보유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이후 연설자인 토마스 허드너 예비역 해군대령은 당시의 절박하고 지옥같은 상황을 회상했다. 자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은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는 “한국전이 잊혀진 전쟁이 되고있는 현실에 통감한다”고 토로하며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또한
“지금 상황은 마치 50년 전 북한이 비밀스럽게 전쟁을 준비하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허드너 대령의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매우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고,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하는 용사들도 있었다.
행사 마무리에는 한국전 3년간 실종되고 사망한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한 헌화식이 거행됐다. 동맹국해군 전사자를 비롯 모든 민간인 전사자의 죽음을
기린 헌화식에서는 한국해군군악대의 추모곡에 맞춰 6개의 화환이 바다에 던져졌다. 미해군 의장대가 발포한 조총은 분위기를 더욱 엄숙하게 했다.
기념식이 끝난 후 열린 다과회에서 역전의 용사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제는 자녀들도 훌쩍 커버린
어느 새 황혼을 맞이한 나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전우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들은 그 시절 그 나이로 돌아가고 있었다.
전우를 만난 기쁨에 즐거워하던 용사들은 현 시국에 대한 걱정도 토로했다. 그리고 그들이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은 “다시는 뼈아픈 전쟁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였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