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봄 이사철을 앞두고 치솟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나 신규 입주 단지 인근을 중심으로 매물 적체가 나타나고 호가가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세시장에 추세 전환이 이뤄져 수급 안정까지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0% 상승에 그쳐, 지난주(0.11%) 대비 소폭 축소됐다. 상승률은 지난해 10월26일(0.10%) 수준으로 돌아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19년 7월1일 이후 최근까지 8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일부 지역에서 매물이 누적되고, 호가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계약으로 이어지는 데 시일이 걸리고 있다.
특히 겨울철 학군 이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강남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줄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와 인접한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76㎡ 신규 전세가 1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이 금액으로는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달 29일 최고가 대비 1억원 낮은 9억원에 계약이 체결됐고 이달 들어서는 7억원 초반 대까지 호가가 떨어진 상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 단지 전세 매물은 단 한 건조차 없던 때도 있었는데, 이달 현재 92건까지 늘었다. 서울 전체로 봐도 지난 10일 현재 전세 물량은 2만1959건으로 나타나 전년 말 1만7173건에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전체로 봐도 전세 수요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1.1로, 지난달 11일(124.6)을 정점으로 4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도 124.2로, 지난해 10월5일(121.4) 이후 최근 4개월 새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해당 지역의 공급-수요 상황을 0~200사이의 점수로 나타낸 것인 데, 지수 하락은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감소했음을 뜻한다.
이에 따라 수도권 내에서 전셋값 하락 지역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천시(-0.12%)에 이어 하남시(0.01→-0.14%)에서도 최근 위례신도시와 하남시 감일지구 등에서 1만5000여 가구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셋값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또 성남 수정구도 지난 주 0.08% 하락해 지난주(0.20%) 대비 전셋값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경기 남부 지역 아파트 전셋값 하락의 여파로 서울 강동구(0.12→0.07%)도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여전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역이나 단지에 따라 분위기가 차별화되는 곳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면서 "강남권 등 고가 단지나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 지역 위주로 전세 매물이 누적되고 상승 폭이 축소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전셋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지자 봄 이사철까지 추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설 연휴 이후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당분간 정부 대규모 공급대책의 여파로 전세 수요가 더 늘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