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의구심 해소하지 못하고 사망 후 기저질환 탓만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에 대해, "백신접종과 인과성이 없고, 기저질환 탓으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 내린 내용을 담은 주요 기사들마다 이런 댓글이 많게는 수백여개가 달린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른바 '기승전 기저질환'이라는 사망 원인 추정 발표가 나올때마다 접종에 대한 거부감도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는 형국이다.
임상의와 법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이 역학조사를 토대로 내린 결론임에도 '상식적으로 못 믿겠다'는 얘기다.
똑같은 상황을 앞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 당시에도 겪었다.
지난해 10월16일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가 신고되자 가뜩이나 백신 상온 노출 사고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던 인플루엔자 백신을 둘러싸고 사망 의심 신고 등이 잇따랐다. 여기에 인과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가 이어지면서 논란만 커졌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예방접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접종하기 전에 미리 국민들께 알리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해당 이상반응의 자연 발생률과 추가 사망률 등의 자료가 접종하기 전에 미리 준비되면 좋을 것 같다고 몇번 말했는데, 현재 정부 대응이나 브리핑은 이미 발생한 논란에 답변만 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국민적인 의구심을 해소해 주지 못하고, 미흡한 수준의 대응만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인력 부족 탓이 크다.
정 교수는 "추진단이 범정부기구로 이뤄졌지만 실제로 보면 질병청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인력 지원 없이 코로나19 역학조사부터 방역, 사회적 거리 두기, 진단검사를 하고 있는데 백신 예방접종 업무까지 하는 셈인데 (업무를) 한쪽에 몰아두는 건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에서 7900만명분 백신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맞을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며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 홍보 전담 인력까지 붙어 백신 예방접종에 대해 좀 더 투명하고 분명하게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래 진료를 볼 때 환자분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맞아도 되느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당연히 맞아야 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의 뉴스 편집이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을 통한 배열로 바뀐 이후 사망 사례를 다룬 기사들이 집중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백신 불안감 형성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접종 후 사망 기사에 묻힌 바람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건국대병원, 중앙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주요 병원장들이 "백신 종류 등 특정 제품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아달라"며 병원내 1호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는 기사를 접한 국민들은 드물다.
이귀옥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빈도 효과라고 해서 많이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사람들이 믿게 돼 기사에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써도 사람들은 앞선 기사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강이나 의료 관련 기사들은 교통사고 기사를 쓰듯 신속성을 중시하기보다 복잡하더라도 신중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알 권리와 보도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 사이에서 어느 쪽이 이득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