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행정수도 이전, 강원·박근혜 효과, 제주·세대교체
△대전·충남= 제17대 총선결과 대전·충남 지역은 지지기반이던 자민련이 몰락하고 열린우리당이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당은 대전 동(선병렬), 중(권선택), 서갑(박병석), 서을(구논회), 유성(이상민), 대덕(김원웅) 등 6개 선거구를 석권한 데 이어 충남에서는 10개 선거구에서 충남 수부도시인 천안갑(양승조), 을(박상돈)과 서산·태안(문석호), 아산(복기왕), 공주·연기(오시덕) 등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절반인 5곳을 차지했다. 자민련은 김종필 총재의 고향인 부여·청양(김학원)과 논산·금산·계룡(이인제), 보령·서천(류근찬) 등 충남 남부지역 3곳만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의 선영이 있는 예산·홍성(홍문표)에서 겨우 체면을 살렸고 민주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는 우리당이 탄핵역풍을 적절히 이용,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신행정수도 충청권 건설’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로 표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은 당 총재의 2선 후퇴를 배수진으로 치고 전력투구했으나 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강원= 8개 선거구 가운데 한나라당이 6개 선거구에서 당선자를 내 ‘박근혜 효과’와 ‘거여 견제론’이 ‘탄핵 심판론’을 비켜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춘천, 원주, 강릉, 동해·삼척, 속초·고성·양양,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6개 선거구를 휩쓸어 16대 총선 당시 3석에서 약진했다. 우리당은 탄핵 심판 열기에 따른 초반 우세가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발언과 한나라당 박 대표의 ‘거여 견제론’에 밀려 태백·영월·평창·정선과 홍천·횡성 선거구 2곳에서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다.
총선 시작 전 우리당이 우세를 보인 듯 했으나 중반에 들어서면서 ‘노풍’과 ‘박풍’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당수 선거구가 박빙의 대혼전 지역으로 돌아섰다. 결국 박풍과 거여견제론, 인물론이 강원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풍 효과에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공약이 표심을 파고들어 한나라당이 지지세를 확보한데다, 검증된 인물론이 우위를 차지해 초반 열세를 극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 3개 선거구에서 우리당이 한나라당을 눌러 ‘탄핵 후폭풍’이 야당 후보들이 내세운 ‘인물론’이나 ‘거여 견제론’을 압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 신인인 우리당 후보들이 탄핵 반사이익을 업고 선거 초기부터 쟁쟁한 한나라당 후보들을 여론조사에서 앞서기 시작해 끝까지 우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제주시·북제주군 갑 선거구의 경우 5선의 한나라당 현경대(65·현 의원) 후보가 정치에 첫 발을 내딛은 우리당 강창일(52·교수)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고, 서귀포시·남제주군 선거구에서는 4선에 도전한 한나라당 변정일(61·전 의원)후보가 30대의 우리당 김재윤(38·교수) 후보에게 밀리고 말았다.
이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바라는 표심뿐만 아니라 강화된 선거법과 ‘세대교체 바람’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까다로운 선거법이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점도 있었지만 기존 정치 조직의 발도 묶어 놓아 종전까지 큰 위세를 발휘하던 조직력이 별 힘을 쓰지 못함으로써 투표할만한 유권자만 투표를 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