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미소짓게 만드는 동화
잊혀진 자투리 문화의 생생한 부활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
'혼자
놀기의 진수’. KBS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코너를 보면 유아독존을 자처하는 선도부 반장이 매회 혼자 노는 법을 소개한다. 시체놀이,
부침개놀이, 도서관놀이 등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관객의 공감을 십분 자아낸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우스개’가 아닌 실제 우리네 모습이기
때문이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컴퓨터 게임을 하며, 혼자 집에서 TV를 보는 현대인.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요즘어린이들을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동양적 삽화 그리움 자극
오래지 않은 과거만 하더라도 동네 어귀를 둘러보면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땅따먹기, 딱지치기 등 삼삼오오 여럿이 모여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보다 좀 더 과거로 시계를 돌리면 산과 들을 쏘다니며 꽃과 풀을 따먹는 꽃놀이, 풀놀이에서부터 꼴
베기, 꼴 따먹기 등 컴퓨터와 게임기가 없어도 자연 속에서 충분히 재미를 즐기던 순박한 어린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는 이렇듯 옛 아이들의 놀이, 풍습 등 이제는 사라져버린 우리 문화를 찾아내 동화로 엮은 책이다. 크고 화려한
문화는 아니지만 삶의 활력소가 됐고 정겨움이 가득했던 자투리 문화를 포착해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동화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국시꼬랭이 동네’는 동심을 잊고 어른이 돼버린 성인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품창을 비롯 박지훈, 이태호 등이 그린 파스텔톤의 삽화는 더욱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여럿이 놀기의 진수 ‘꼴 따먹기’
시리즈 두 번 째 ‘꼴 따먹기’를 보면 옛 아이들의 일과 놀이가 잘 묘사돼 있다. 노래를 하며 춤을 추며 일을 하던 어른들처럼 그 당시
아이들도 일을 하면서 고단함을 푸는 놀이를 즐겼다. 꼴 따먹기 놀이는 그 중 하나인데, 소에게 먹일 꼴을 다 베고 나면 금을 긋고 꼴을
한 줌씩 걸어 낫을 던진다. 금을 넘어 가장 멀리 낫을 던지고 그 낫을 바닥에 꽂힌 사람이 승자가 돼 내기에 건 꼴을 모두 가져가는 놀이다.
안동대 민속학과 임재해 교수의 감수로 잊혀진 놀이는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그 안에 그때 그 시절 어린이들의 웃음과 눈물이 생생하게 녹아
내린다.
책 뒷 부분에는 ‘우리 문화 더 잘 알기’코너를 마련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붙였다. 단순히 꾸며낸 ‘이야기’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스팔트에서
태어나 아스팔트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전파하고 알리고 싶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연세 지긋한 어른들의 어렴풋한 기억이 오늘날 어울려
살아가는 ‘여럿이 놀기의 진수’로 거듭나기 바라는 소망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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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