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도 진보한다
‘3國3色 인형극’ 첫 번째 무대, 러시아 ‘채마단 뚜엣’
아이를
극장에 보내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로비에서 기다리는, 혹은 극장 좌석에 아이와 나란히 앉아 공연 내내 잠을 자는 엄마의 모습은 아동극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최근에는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가족극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자녀가 아니라도’ 볼 만한 수준 높은 작품은 아직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풍토에서 정동극장이 기획한 ‘3國3色 인형극’은 돋보인다. 세계 인형극 페스티벌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러시아, 체코, 일본의 우수
인형극을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인형극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으며 가족 공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3國3色 인형극’은 채마단, 미노, 가와세미자 극단이 각각 10일식 이어가며 공연을 갖는다. 첫 번째로 공연한 러시아 채마단 극단의 ‘채마단
뚜엣’은 ‘인형이 없는 인형극’으로 인형극에 마임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주요 아이템은 상상력과 마임
단순히 인형에 줄을 매달아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연을 생각하고 있다면 아직 인형극의 세계적 추세에 둔감한 것이다. 요즘의 인형극은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의 장르가 뒤섞인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채마단 뚜엣’은 스토리 위주가 아니라 경쾌한 옴니버스 구성으로 진행되며 주요
아이템은 마임이다.
재미있는 음악에 맞춰 등장한 두 명의 배우들은 풍성한 마임 잔치를 벌인다. 천조각을 사이에 두고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거나 의상을 한순간에
바꾸는 마술을 선보이는가 하면, 물 속에서 황홀한 유영을 벌이기도 한다. 피아노도 없이 피아노를 서로 뺏으며 연주하고, 맨손으로도 다양한
대상을 표현해낸다. 마임이 빚어내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에 넋을 잃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 공연의 핵심은 역시 인형이다. ‘채마단 뚜엣’에는 더 이상 기존에 알고 있는 예쁜 인형이 등장하지 않는다. 냄비, 국자, 옷걸이, 옷
등 생활 소품들이 인형처럼 조종된다. 배우들의 손만 닿으면 한 순간에 팔과 다리를 이루며 생명력을 갖게 되는 모습이 이채롭다.
트렁크에서 양철 냄비와 국자가 뛰어나와 관객들을 향해 웃고 떠들며, 낡은 옷 조각이 시골 할아버지가 돼 배우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식이다.
특히, 부채를 든 오페라 여가수가 배우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연기와 아이디어 돋보여
공연 전체에는 익살이 넘친다. 감정을 이끄는 흥겨운 음악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형, 의상, 소품 모두가 훌륭하다. 배우들이 인형 노릇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연 중 관객을 ‘발레리나 인형’으로 만들어 인형처럼 조종하기도 한다. 인형을 디자인 한 폴리나 바리소바는 국제
페스티벌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인형제작자다. 1998년에는 인형극 ‘심청전’을 공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자유자재로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인형을 빚어내는 두 배우의 솜씨가 경이롭다. 총예술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안드레이 끄니쉬꼬프는 러시아
국립 레닌그라드 종합예술대학 인형극배우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러시아 공훈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마임과 인형 관련 전공자들로 이루어진 채마단 극단은 인형극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진일보한
양식의 인형극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새로운 의식세계의 문을 여는 신선한 경험이 될 듯 하다. 순수한 상상력은 관람의 키포인트. 열린
눈으로 보면 보다 넓은 세계를 보고 즐길 수 있다.
'고정관념 깨는 인형극' 또 다른 2편 |
연극+뮤지컬+콘서트 섬세한 감성의 세계 |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