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한미FTA 졸속비준을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와 '농어업 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는 시한을 정하지 말고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여야 대표가 이미 밀실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 모임들이 긴급히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모임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 "여야교섭단체 대표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2월 국회에서 협의처리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미FTA는 시한에 쫓겨 졸속 처리되어서는 안된다"며 "만약 우리 국회가 한미 FTA를 비준한 이후 미국 정부가 추가협상을 포함한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우리정부는 재협상에 응할 것인가? 그리고 다시 우리 국회에 한미FTA 재비준을 요구할 것인가? 이런 국가적 혼란과 국론 분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모임은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산업별영향평가와 피해대책마련 등 재검증절차를 18대국회 전상임위별로 철저하게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며 국회비준은 대외여건을 보며 진행시켜도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우리는 세계적 경제대공황의 원인이 되고 있는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한국경제에 이식하여 제2의 IMF를 야기하며, 이명박 정부의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시장화를 더욱 강화시켜 국민들의 삶을 파탄내고, 한국농어업의 파산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한미 FTA의 2월 국회 졸속처리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합의처리만이 한미FTA에 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러한 우리의 입장을 관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1월 1일부터 창조한국당 문국현 원내대표가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 교섭단체인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직을 맡게 되어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문 원내대표는 모임의 활동일환으로 오전 10시 30분,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실에서 강기갑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교섭단체 선진과 창조의 모임 대표를 승계하기로 하고 등록을 마쳤다"며 "오후 회담에서 반대할 건 반대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했다.
문 원내대표는 "두 교섭단체 사이의 합의 된 것이나 선진과 창조의 모임에서 조정한 것 등은 존중하겠다"는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원내대표는 "한두 가지를 주고받는 식의 협상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며 "민주노동당은 단 하나도 내 줄 수 없으며 국민여론을 모아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한미FTA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부시대통령이 물러나기 전에 선물보따리를 내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2월내 협의처리에 대해 강한 우려와 함께 현재 농성중인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반드시 반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오전 11시 30분에는 한나라당사 6층 제1회의실에서 박희태 대표최고위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많이 알아야 되니 대화가 필요한 것은 좀 뒤로 미루어 달라"면서 "한나라당이 국민들을 설득하기에 제일 좋은 위치에 있으니까 설득으로 가야지 되지 아마 강행으로 가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문 원내대표는 "시대에 맞게 국민들의 의견이 가능한 한 60%가 아니라 8∼90%로 반영하도록 도와 달라고 하자"며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우리가 법안을 1년에 많이 통과시키는데 이제는 양보다는 질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입법을 하는 국회가 되도록 박 대표최고위원이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최고위원은 "뒤로 미룬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해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FTA는 17대 내내 토론했다. 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해서 특별위원회까지 동의해서 토론에 토론을 1년쯤 했는데 뭘 할 게 있는가. 할 만큼 했다. FTA에 관해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논의는 할 만큼 했다. 또 보완대책도 다 내놓았고 정부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보완책도 다 발표를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좀 하고 논의가 필요한 것은 좀 논의해야지 몽땅 안 된다고 하니까 정치가 꽉 막혀서 어떻게 숨 쉴 틈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옛날에 민주당도 자기들이 집권하고 국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 날치기 많이 했다. 제가 야당 원내총무를 할 때도 사흘 연속으로 날치기를 하였다. 제발 대화 좀 하자고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져도 다 밀어붙이고 오만하게 삼일 연속으로 한 적도 있다. 자기들은 어째 자신들을 되돌아 볼 줄 모르는가. 그 때도 우리는 대화하자고 했지 대화 할 수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고 민주당을 질책했다.
박 대표최고위원은 "다 같이 힘을 합쳐 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안 풀릴 때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그것도 좀 생각해 달라. 의견이라는 것은, 서로 타협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끝까지 안 될 때는 어떻게 풀어라 하는 게 그 의회주의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가?"라며 "경제 살리는데 좋은 아이디어와 법안을 많이 좀 내어달라. 잘 연구해 보겠다. 이제 앞으로 국회도 좀 달라졌다는 그런 평가도 좀 받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소수를 보호해야 되지만 다수를 인정해 줘야 한다"며 "선거를 통한 다수를 인정하면서 소수의 보호를, 소수의 존중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의 대표가 문 원내대표로 바뀌면서 원내대표 회담에 영향을 클 것으로 여야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문 원내대표는 미디어 관련법과 한미FTA 비준안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와 협상은 난항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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