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지역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의 진실이 50여 년만에 밝혀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아래 진실화해위)는 '서산·태안 부역혐의 희생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과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을『신원기록심사보고』(서산경찰서)와『경찰 연혁』(서산경찰서) 등 경찰의 부역자처리와 관련한 자료조사와 생존자, 목격자를 비롯해 당시 서산경찰서·태안경찰서 경찰 등에 대한 진술조사 결과 사건의 실재와 희생규모를 밝혀냈다.
이 사건은 서산경찰서, 태안경찰서 경찰과 치안대가 1950년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 동안 당시 충남 서산(現 서산시, 태안군)지역에서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한 혐의가 있는 민간인들을 각 읍ㆍ면 창고와 경찰서·지서 유치장에 구금한 뒤 AㆍBㆍC(가·나·다) 등 3등급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처형'으로 분류된 자(A 또는 가)들을 서산시 인지면 갈산리 교통호, 해미읍성 동문 밖 방공호 및 소원면 신덕리 해안 등지에서 법적 절차 없이 1,865명을 즉결 처형했다.
3등급으로 분류는 당시 충청남도경찰국이 지시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A'는 처형내지 경찰서 이송, 'B'는 재분류 후 처형 또는 훈방, 'C'는 훈방하라는 부역자 처리에 대한 지시와 지침을 관할 경찰서와 관할지서에 하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희생지역을 보면 서산읍 경우에는 서산경찰서 경찰이 서산읍 부역혐의자들과 서산군 각 면에서 이송된 부역혐의자들을 서산경찰서 유치장과 읍사무소 창고 등지에 구금해 조사한 뒤, 처형대상자 300여 명을 서산시 인지면 갈산리 교통호와 수석리 소탐산으로 끌고 가 집단 사살했고, 해미면은 해미지서 경찰과 치안대가 부역혐의자들을 양조장과 지서 유치장으로 연행해 취조와 고문을 가하면서 이 가운데 '처형'으로 분류된 104명을 해미읍성 동문 밖 방공호와 반양리 옻걸이로 끌고 가 집단 사살했다.
소원면에서는 면치안대로부터 부역혐의자로 추정되는 주민들의 명단을 제공받은 소원지서 경찰이 치안대와 함께 부역혐의자들을 각 마을에서 연행해 면 창고에 구금했고, 이들 가운데 처형대상자로 분류한 192명을 신덕리 해안과 시목리 장재 금광굴, 모항리 만리포에서 사살했다.
이외에도 지곡면, 이북면, 고남면 등 서산지역 20개 읍·면에서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처형대상자로 분류된 부역혐의자들이 집단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부역혐의자 연행, 취조, 분류과정에 인민군이 서산지역을 점령했던 시기 좌익세력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의 유가족 및 우익단체가 주축이 된 치안대를 개입시킴에 따라 감정적 요소가개입시킨 것으로 밝혀져 보복을 이용한 것으로 들어났다.
당시 서산경찰서 ○○지서장 등 다수의 경찰들은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서 "지서단위 부역자의 '처형'과 '훈방' 분류는 지서장 책임 하에 집행됐으며, 'A(가)'는 처형되었는데 치안대와 협의했다"고 진술했다.
희생자들은 명확한 처리기준 없이 경찰과 치안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처형대상자로 분류됐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치안대원과의 개인적 감정으로 인해 부역자로 몰려 처형되는 등 부역혐의가 불분명한 민간인의 희생도 매우 많았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당시 서산경찰서 사찰계에서 근무한 경찰 역시 "부역혐의자를 처형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요소가 많이 개입됐다"고 진술했으며, 팔봉지서 경찰도 "무고하게 처형된 민간인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1950년 10월 8일 해군은 근흥면 정죽리 안흥항에 상륙 중 교전이 발생하자 발포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 수십 명을 연행해 조사한 뒤, 이들을 안흥항 인근 바위(現 수협창고)에서 사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희생자는 희생 추정자 888명을 포함해 총 1,865명으로 확인됐으나,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사건이후 멸족된 사례 등을 고려하면 희생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산지역에서 부역혐의로 희생된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갔던 20∼40대의 성인 남성들로 나타났고, 여성과 청소년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희생자 가운데 이웃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인민군 점령기에 특정한 직책을 맡거나 자신도 모르게 특정 단체에 이름이 올랐던 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된 것"으로 판단했고, "경찰과 치안대, 해군이 적법한 절차 없이 적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의심만으로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인도주의에 반한 것이며 국민의 생명을 침해한 불법적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의 지원 및 군인과 경찰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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