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10.04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문화

책냄새 사람냄새 가득한, 그곳에 가고싶다

URL복사
<%@LANGUAGE="JAVASCRIPT" CODEPAGE="949"%>


무제 문서





 


책냄새 사람냄새 가득한, 그곳에 가고싶다



추억과 인정이 숨쉬는 용산역 헌책방 ‘뿌리서점’




산역
‘용사의 집’ 뒷골목. 사창가가 즐비한 역 앞이나 사람이 북적대는 전자상가와는 너무도 다른, 고독감마저 자아내는 한적한 길에 낡은 책들이
덩이째 묶여 거리에 나와있다. ‘책이 주인을 기다립니다!’라고 붓글씨체로 쓰여진 조그만 철제 간판이 입구임을 알리는, 그 밑으로 두 명이
지나가기엔 역부족인 좁다란 계단이 지하로 향해있다. 계단에늘어선 비디오테입이며 LP판, 헌책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쾌쾌하지만 싫지 않은
책 곰팡내가 가장 먼저 맞이한다.


책과 함께 하는 좋은 친구들

손님이 오자 반갑게 인사하며 음료수를 따라주는, 인상 좋은 중년의 남성이 이곳 헌책방 ‘뿌리서점’의 주인인 듯 했다. 도수가 높아보이는
두꺼운 안경이 자꾸만 코끝으로 흘러내려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며 시선을 두는 주인 김재욱(59) 씨. 분주하게 책정리를 하면서도 행여나
손님이 불편한 일은 없는지 자주 두리번댄다. 단골인 듯 친근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머리가 희끗한 남성이 김씨 옆으로 다가가 찾는 책이 있는지
물어본다. 김씨가 얼른 찾아서 전해주자 손님은 복권에 당첨된 양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오늘은 운수가 좋네”하며 감격하는 손님은 손용해
씨다. 1주일에 두세 번 이곳에 들른다는 그는 방금 손에 전해진 책을 봉투에 담는다. 김씨가 가격을 책정하자 두말 없이 이내 돈을 치른다.
싸게 달라는 말도 없다. 어련히 알아서 해줬겠냐는 믿음 때문이다.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인양반이 좋아 계속 와요. 다른 데보다 책도 많고요. 얼마 전에는 절판돼서 구하기 힘든 김영상의 ‘서울 600년’을
사는 재수도 있었죠.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집의 최고 매력이에요.”

자주 들르다보니 그때마다 보게되는 얼굴이 있고, 그러다 친분이 쌓여 이제는 ‘책사모’라는 모임을 결성해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토론도 하고,
희로애락도 나눈다는 손씨는 다양한 군상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꼽았다.

“정도 나누고 지식도 쌓고, 헌책방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죠.”


인연이 꿈틀대는 곳

헌책방이
주는 즐거움 중 또 하나는 새책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연’의 소중함이다. 무엇을 살지 미리 정한 뒤 살 것만 사고 가는 것이 아니라
헌책방을 찾는 많은 손님들은 우선은 와서 쭉 둘러보다 맘에 드는 걸 구입한다. 찬찬히 어떤 책들이 있는지 훑어보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책들이 눈에 띈다. 그간 소원했던 인연이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때로는 바라던 책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냥 지나쳐 인연이 빗겨가기도 하지만,
간혹 다른 손님이 찾아주기도 하고, 계산하는 것을 기다리다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책들을 여기서 다시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어, 이 책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죠.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만난 기분같아요. 가격도 싸니까 부담도 적어 냉큼 구입하죠.”

소설책이 쌓여있는 책장을 가만히 둘러보던 한 중년 남자 손님의 말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인연’은 다만 책과의 만남만 의미하지 않는다.

“몇 해 전 전자상가에 왔다 길을 잘 못 들어 우연히 이곳을 알게됐죠. 그 이후론 집이 수원인데도 다른 서점엔 안 가고 여기만 와요.”


배려와 이해를 배우다

저녁 무렵이 되자 손님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주인을 찾았다. 안면이 있는 양 익숙한 인사를 주고받더니 그
학생이 가방을 열었다. 컴퓨터 관련 책을 팔러온 것이다.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책 4권이 책상 위에 올려졌다. “이런 전문서적은 우리집보다
청계천 6가를 가야 제값을 받아. 우리는 많이 못 쳐줘”하면서 김씨가 미안한 듯 말을 꺼냈다. 그래도 괜찮다는 듯 학생이 책을 밀었고,
가격은 만원으로 정해졌다. 너무 헐값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작년 것도 구닥다리 취급받는 컴퓨터 관련 서적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사실 그 책은 2000년에 출판된 거라 김씨는 못 팔 걸 예상하면서도 자주 오는 손님 것이니 사들인 거였다.

김씨가 방금 구입한 책을 가격매기는 동안 단골손님들간의 대화가 들려왔다. 천상병 시인의 부인 이름이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목순옥’이라는
해답을 찾는 동안 또 다른 단골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하며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낭송했다. 그렇다고 어느 손님 하나 조용히 하라며 인상을 찌푸리는 이없다. 모두 웃으며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모든 책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

한 쪽 구석에는 6년 단골손님
이 열(63) 씨가 LP판을 고르고 있었다.

“요즘 노래는 통 느낌이 안 와. 젊었을 때 듣던 노래가 지금 들어도 좋지. 주로 올드 팝을 사가는데 가끔 사장이 공짜로 주기도 해.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주인양반, 사람 참 좋아.”

턴테이블로 듣는 음악이 좋다며 이씨가 앨범을 사가고 난 뒤 ‘선택’을 미처 받지 못한 LP판들 사이로 ‘잊혀진 계절’이 수록된 이 용의
1집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랗게 인쇄된 이 용의 젊은 시절 얼굴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는 듯 했다.

책방 한가득 들어찬 책들도 세월을 상기시키긴 마찬가지였다. 누렇게 변색된 책들이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베스트 셀러들이 과거를 속삭였다.
또, 곳곳에 발견되는 낙서나 ‘20번 째 생일을 축하하며’ 등의 메모가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헌책방에는 정이 꿈틀댄다. 한때 사랑 받았던 책도 있고, 태어나 지금까지 사랑 받지 못한 책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책들은 이곳으로 오는
순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추억’이라는 표장지가 덧입혀진 채….

“누군가는 쉽게 책을 버리지만 나는 한권한권이 모두 아깝고 소중해요. 그래서 30년동안 이 일을 해오고 있는 지도 모르죠. 모든 책에는
그 나름의 가치가 충분히 담겨져 있어요.” (02-797-4459)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이란, 이스라엘 향해 미사일 200발 발사 공격(종합)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란이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등 중동 대리 세력 지도자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200발을 발사해 공격했다고 확인했다. 2일(현지시각) AFP 등에 따르면 이란 국영 TV는 이날 이스라엘로 미사일 200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181발이 발사됐으며, 대부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발사한 미사일의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등 중동 대리 세력 지도자 사망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공격 직후 낸 성명에서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압바스 닐포루샨 IRGC 부사령관 사망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유엔 헌장에 따른 국가의 정당한 자위권에 따른 것이라며 "레바논과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정권의 범죄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적시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기방어"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정치

더보기
국회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재표결...與 ‘부결’ 당론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재표결에 부친다. 3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지난달 19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이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재의 요구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권이 전원 찬성하는 경우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법안은 부결돼 자동 폐기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법안들을 '정쟁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단일 대오로 부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부결 당론을 채택할 예정이다.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한 명도 빠짐없이 의원총회와 본회의에 참석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동훈 대표도 "특검법은 부결시키는게 맞다"며 김 여사 특검법 부결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노사정 대표, 사회적 대화 의제 논의 속도 내기로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 취임 후 노사정 대표가 처음으로 만나 격월로 정례 회의를 개최하고 사회적 대화 의제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열었다. 지난 2월 6일 합의(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방향 선언문)를 토대로 미래 세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의 진정성 있는 논의 및 합의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직전 경사노위 위원장을 지냈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및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사정 대표자들은 현재 운영 중인 회의체의 논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향후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사회적 대화에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청년 등 계층별위원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시행령 제12조) 구성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특히 노사정 대표들은 모두발언에서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화 속도를 높이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