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 3천만원 이하 실거주자 한정…'부동산 실책' 민심 달래려는 시도
전문가 "작은 대책…본질 문제 해소해야"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여당과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성난 민심을 잠재울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저소득 1주택 노인에 한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시기를 '해당 주택을 팔 때'까지로 무기한 미뤄주겠다는 내용이다.
정권 말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차기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잇따라 '당근'을 내놓는 모양새다. 이에 관해 민간 전문가는 "종부세의 본질적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6일 정부에 따르면 당·정은 ▲만 60세 이상 ▲1가구 1주택 실거주자 ▲직전 연도 소득 3000만원 이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납세자에 한해 종부세 과세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을 납세 담보로 제공한 뒤 팔거나, 상속·증여하는 등 해당 주택의 소유권에 변동이 생길 때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신 연 1%대의 이자는 부담해야 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의원 총회를 열어 공시 가격 9억원 이상에 부과하던 1가구 1주택 종부세를 공시가 상위 2% 주택에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이달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바 있다. 이때 이런 내용의 종부세 과세 유예를 함께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종부세 부과 기준 조정을 논의할 때 제시됐던 정부 안 중 하나로, '상위 2%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쓸 미세 조정안 선택지였다. 상위 2%안이 채택됐음에도 도입이 거론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종부세 개편안 검토 초기부터 (정부가) 과세 이연에 관한 아이디어를 낸 만큼 이 제도를 도입해볼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종부세 대상자가 너무 많아져 '징벌적 과세가 아니냐'는 일부 반발이 있다. 장기 보유 은퇴자·고령자에 한해 최소한의 정책 탄력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종부세 납부 유예 시행을 시사했다.
이는 그동안의 부동산 실책을 일부나마 만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차기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해야 하는 여당이 종부세 과세 기준을 완화하고, 저소득층 노인의 과세 시기를 미뤄주면서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당·정이 이렇게 종부세 규제의 고삐를 풀어가고 있지만, 여론이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저소득층 노인의 종부세 납부를 미뤄주는 것은 꼭 필요한 조치 중 하나지만, 이로 인해 종부세 논란이 해소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분석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필수재인 주거용 주택 1채를 과세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특히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한 은퇴 노인에게는 더 그렇다"면서 "조세 형평성을 위해 깎아줄 수는 없고, 납세를 미뤄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선택할 만한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우철 교수는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대상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논란을 촉발한 종부세 문제를 해소하거나, 보완하기에 이번 조치는 너무 단편적"이라면서 "집을 가진 사람에게만 과도한 보유세를 매긴다는 현행 종부세제의 본질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일부 납세자에게만 해당하는 작은 정책으로만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관련 국민 지지도는 바닥 수준이다. 당·정의 종부세 부과 기준 완화가 발표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국갤럽이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만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 펴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조차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공명선거·성 평등 실천 서약식 및 국민 면접 프레스 데이에서 "주택 정책에 회한이 많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시장 신호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개의치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