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수요 뒷받침 부족으로 리터당 2000원은 지나친 우려"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6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선행 지표인 국제 유가를 따라 당분간 기름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와 정유업계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선행지표인 국제 가격을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만큼 더 오를 여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원유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는 등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휘발유값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5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9주 연속 상승해 ℓ(리터)당 1600.9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1600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 11월 이후 이후 2년9개월만이다.
지역별로 보면 최고가 지역인 서울 휘발유값이 지난주보다 12.1원 상승한 ℓ당 1683.5원, 최저가 지역인 대구 휘발유값이 15.4원 상승한 ℓ당 1578.4원이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유가가 최근 계속 올랐기 때문에 국내 휘발유값이 더 인상될 요인이 남아 있다"며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이 되기 때문에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유가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보다는 많이 오른 상황이지만, 굉장히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아니다"면서 "회복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박사는 다만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20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렇게 되면 국가적으로 경제위기와 비슷하게 갈 수 있는 것으로, 휘발유값 인상요인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며 경계했다.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팀장은 "우리나라 기름값은 국제 유가에 연동돼 있다"며 "원유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원유 가격이 오르니 국내 휘발유 가격 또한 상승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 전국 평균 기름값이 2000원까지 간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가격까지 가기에는 무리일 것"이라고 했다. 휘발유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상승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조 팀장은 "국내 주유소가 1만1000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자동차 연비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기름값을 올리면 소비를 줄이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배럴당 100달러 유가' 전망에 대해서도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브렌트유가 올해 평균 배럴당 68달러로 거래됐다가 내년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조 팀장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간다는 것은 과하다는 시각도 있다"며 "유가가 상승하려면 공급이 불안하다는 점,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유가가 상승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에스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업계 역시 휘발유값 상승폭이 원유 가격 상승폭 만큼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휘발유값이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어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휘발유값)이 오르지만, 원유가가 오른 비율만큼 제품가가 오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가 상승률 이상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려면, 수요가 받쳐줘야 한다"며 "현재는 수요 측면에서 많이 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원유 가격이 상당히 오른다고 해도 2014년 이후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2000원을 넘어간 적은 없었다"며 "2014년 상반기 국제 유가가 100~110달러까지 올랐다 해도 2000원 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