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후손들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고 제기한 사전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됐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이재영)는 일제시대 화가 장우성 씨의 후손이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제기한 친일인명사전 발행 및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출판물에 대한 발행 판매 금지는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 억제에 해당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후손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사전 발행을 금지할 정도로 그 전제 사실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장 씨의 친일사전 게재가 연구소의 의견 표명 행위로 봄이 상당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친일'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아 그에 따른 논쟁에는 '평가적인 요소'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며 "지도층 인사인 장 씨의 일제강점기 경력이나 친일 여부는 공공적ㆍ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을 “학문과 출판의 자유 등 헌법정신에 충실했다”고 평가한 연구소는 오는 8월 광복절까지는 친일사전 발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소는 그간 친일사전 수록 대상자 93명에 대한 후손들의 이의신청을 받아 이 중 84명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1명은 동명이인으로 확인돼 수록 대상에서 빠졌고, 나머지 8명은 추가 심사를 이유로 보류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해 4월 일제시대 화가이자 서울대 교수로 재직한 장 씨가 친일미술인단체인 '조선미술가협회'가 1943년에 주최한 '총후미술전'과 1944년에 후원했던 '결전미술전'에 출품하거나 입선한 사실을 토대로 미술분야 친일인사 명단에 장 씨를 포함시켜 공개했다.
또한 일제시대 검사인 엄상섭 씨의 후손도 당사자와 유족들의 명예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기한 친일사전 게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으나 "후손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점에 대해 소명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장우성 씨의 후손은 지난해 7월 "결전미술전에 입선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인명사전에 포함시킨다면 당사자와 유족들은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사전 발행을 금지해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사법부의 이번 결정이 학문과 언론ㆍ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등 기본적인 헌법 정신에 충실한 의미 있는 판단"이라며 "사전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공과를 균형 있게 서술하고 있는 만큼, 후손들도 편찬 작업을 저지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에 대한 공인의 책임을 다시 새겨보는 계기로 삼고 민족사 정립의 길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친일후손들의 친일인명사전 가처분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사전편찬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6월 초까지 최종 검수ㆍ교열과 감수과정을 끝낸 뒤,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국민대회 형식의 출간보고회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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