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추리물로 태어난 ‘아가동산’ 수사백서
담당 검사가 7년 만에 밝히는 진실, ‘뽕나무와 돼지똥’
최첨단 시대에 ‘종교’라는
이름으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32명이 집단 자살한 오대양, 휴거 소동을 일으킨 다미선교회, 신도를
컨테이너에 감금하고 폭행, 살해, 암매장한 생명수제단, 10명 이상의 신도를 살해한 영생교 등,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1990년대 말 세인들을 경악케 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가 기억하는 사건이 또 하나 있다. 이른바 ‘아가동산’
사건이다.
종교집단의
맹목적 폭력성
당시 이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강민구 검사(안산지청 38)는 아가동산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과 실화를 바탕으로 ‘뽕나무와 돼지똥’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엮었다. ‘뽕나무’와 ‘돼지똥’은 언뜻 시골의 정취를 연상시키지만 이 사건을 소상히 기억하는 독자라면 제목이 주는 의미를 알 것이다.
종교집단의 맹목적인 폭력성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상징한다는 것을….
어느 날, 여주지청 소속의 강민구 검사 앞으로 낯선 진정서가 한 통 도착한다. ‘아가동산’이라는 정체 모를 집단에서 어느 젊은 처녀와 7세
어린아이가 집단 폭행 후 암매장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수사에 착수한 강 검사는 교주 김경숙이 ‘아가야’로 군림하면서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종교집단을 찾아낸다.
그리고 교주의 아들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부모와 이웃들에게 뽕나무채찍으로 구타당해 죽은 여인과 교주에게 반발했다 하여 돼지똥과 오물이
가득한 우리에서 몰매 맞아 죽은 아이가 있음을 밝혀낸다. 하지만, 살인은 무죄로 판결된다.
반면교사의 교훈
“아픈 속을 드러내는 심정으로 쓴 글을 세상에 내놓는 지금, 참으로 많은 고민이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반면교사의 교훈을 남겨야겠다는 개인적인 의지 때문에 집필을 중단할 수 없었다.”
저자의 고백처럼 이 사건은 씁쓸한 마무리로 일단락 돼 아쉬움이 남는다. 강 검사는 당시 느꼈을 갈등, 좌절감, 분노 등을 소설 곳곳에 표출한다.
책은 ‘수사백서’이기 때문에 매우 구체적이고 솔직하다. 때문에 사건의 경위와 수사경과가 잘 묘사돼 있어 긴장감과 박진감이 느껴진다. 자칫
딱딱하고 난해할 수 있는 이야기는 형사추리물로 제법 괜찮게 다듬어졌고,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기 때문에 독자의 호기심은 더욱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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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