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방침을 밝히자 민주당은 저지를 위해 상임위 회의실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전날 방송법과 신문법 등 미디어법을 전격 상정한데 이어 26일 한미FTA 비준동의안 강행한다는 목소리를 높여 또한번 국회는 충돌 위기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쯤 이미경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7명이 국회 외통위 사무실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여 오전 10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외통위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또한 민주당은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인 정보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도 국정원법 개정안과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 등의 처리를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한다는 방침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도 걸어잠근 채 25일 오후부터 점거에 들어갔다.
현재 민주당은 쟁점법안과 관련 없는 상임위에 대해서도 참석하지 않거나 회의 진행을 중단시키고 있어 국회는 마비상태다.
다만 법사위는 촛불집회 사건 배당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이 긴급 현안질의를 소집한 상태여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도의 전술을 펴고, 치밀한 각본을 짠 사기극"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한편으로는 협상 도중에 뒤통수를 치고 미소를 흘리면서 뒤로는 비수를 꽂는 이런 사람들하고 앞으로 어떻게 협상을 하겠냐"라고 반문하면서 "최소한 정치판에서의 정치적 신의와 인간적 도리를 져버린 파렴치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한편,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해서 표결처리할 것은 표결처리하고 정상적으로 국회법 절차 따라서 하겠다"며 강행처리 입장을 밝히면서 "소위를 통과한 한미 FTA비준안을 꼭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집한 국회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 자리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국회 외통위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고서라도 처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FTA를 제외한 그외 쟁점법안은 2월 중 무리해서 통과시키지는 않겠지만 3월 2일과 3일도 있다"며 "이번에 전부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은 2월 임시국회 회기 동안 한나라당은 외통위 소위를 통과한 한미FTA 비준동의안, 정무위 상정된 금산분리, 출총제 법안 등 쟁점법안들의 일괄처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나라당이 2월 국회 회기중 쟁점법안의 일괄처리 방침을 세우고 법안 밀어부치기에 나섰고, 민주당 등 야당들은 기습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수단을 안가린다는 방침이어서 충돌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11일 KBS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출연해 국민을 위해 싸우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면서 어깨동무하며 함께 노래를 부른 것은 국민에게 보여준 '쇼' 밖에 안됐다. 당시 원내대표들이 했던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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