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안되면 5·6공 이라도 나가!
한나라 ‘5·6공 세력 용퇴’ 정풍 운동 시작
한나라당이
9월4일 의원 연찬회를 열고 원희룡 의원의 ‘60세 이상 용퇴론’ 발언이후 논란이 되어왔던 초,재선-중진의원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가졌다. 초선, 중진, 재선 세 그룹 사이에서 그동안 세대갈등을 일으켜온 ‘60세 이상 용퇴론’과 ‘총선물갈이론’ 논쟁은 이날 의원
연찬회를 계기로 초선 소장파와 재선그룹이 동시에 ‘5,6공 세력의 용퇴’를 주장하면서 결집하는 움직임 보여 초 재선 그룹과 영남 중진그룹간의
당내 물갈이론 논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60대에서 5,6공 세력으로
연찬회에 앞서 최병렬 대표는 “공천물갈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과 예의에 벗어나는 언동은 삼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의 의기투합을 다져야할 연찬회가 자칫
소란스럽게 될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대표 인사말과 홍사덕 총무 박주천 사무총장, 정의화 수석부총무의 보고 이후 현안보고를 취소하고 곧바로 비공개 토론에 들어갔다.
그러나 소장파와 재선의원들은 지도부의 회의 비공개 토론 방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문수 의원은 “일방적으로 비공개로 정하면
안된다” 고 홍 총무에게 항의해 공개여부에 대해 즉석에서 다수결로 부치는 상황도 연출되어 긴장감이 돌았다. 일부 중진의원들은 소장파와 재선의원들의
공개요구가 계속되자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의 다수 중진들의 요구에 따라 회의는 비공개로 들어갔고 이에 원희룡 의원과 남경필 의원등 소장파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담긴 자료를
의원들에게 배포했고 김문수 의원은 정풍운동 6대 방안을 제시하는 문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60세
이상 용퇴는 와전된 것”
이날 소장파들은 전원 발언 등을 통해 “5·6공 세력과 인권신장에 역행하는 당내 핵심인물들이 용퇴해야 한다” 고 밝혔다. 기존의 ‘60세
이상 용퇴론’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초선 소장파들은 60세 이상 영남권 의원들이 구태 정치인이라고 용퇴를 촉구했다. 이는 재선의원이
주장했던 5~6공 영남권 인사의 퇴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60세 이상 용퇴론을 주장해 당내에 논란을 일으킨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이날 의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60세 용퇴론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구태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었다” 라며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과감한 인적쇄신 대폭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충정과 소신을
밝힌 것” 이라고 우선 해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구성은 70%정도가 40대 이하 젊은 에너지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절반이 넘는 인원이 60%이상이고 영남권에 집중되어
있다” 며 “이런 정당구조로는 40대 이하의 젊은 에너지를 흡수할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수구당 노인당 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현재 덧씌워진 구태 이미지를 벗어야 하고 이를 위해 공천과정에서의 기득권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도 “60세 용퇴론은 잘못이고 출마를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고 해명했지만 “60세 이상 의원들이 55%를 차지하는 잘못된
역삼각형 구조를 건강한 마름모꼴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5공 정권에서 시작해 그 중심에서 6공을 지나며 지난 20
여년 동안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어온 선배님들, 이제는 아름다운 용퇴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고 5·6공 세력의 용퇴론을 굽히지 않았다.
오세훈 의원은 ‘나 자신부터 희생하겠다’ 며 이날 지구당 위원장직과 당직, 그리고 의원직까지 걸며 중진의원들의 용퇴를 촉구했다.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기득권을 다가지고 있으면서 남에게 용퇴해라 마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오 의원은 “나도 기득권을 포기 할테니 5·6공 세력과 인권신장에 역행하는 시대적 과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분들은 용퇴하길 바란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직등의 포기시점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할 것” 이라고 밝혀 구체적인 계획이 서있음을 짐작케 했다.
재선의원, 정풍운동 6대 방안 제시
이에 국민우선연대에 소속된 재선의원들인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의원등은 이날 연찬회에서 소장파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정풍운동 6대 방안을
제시했다.
김문수 의원은 △강남 7개 지역구 후보 교체(강남 갑, 을 서초 갑,을, 송파 갑, 을 양천 갑) △영남 지역구 후보 대폭 교체 △전국구
전원 신인으로 교체 △대표, 총무, 공천심사위 위원 전원 비강남 비영남 지역구 출마 △ 지역구 세습공천 금지 △당내 각급 선거 후보 경선시
금권 타락선거 추방 등을 주장했다.
이들 재선의원들은 60세 이상 용퇴론을 주장한 원희룡 의원의 양천갑을 강남지역으로 지목해 소장파에 대립각을 세웠지만 남경필 의원이 주장한
최대표의 지역구 용퇴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선의원들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의 공천 물갈이를 주장함으로서 사실상 당내의 5·6공 세력의 용퇴를 촉구했다.
따라서 재선의원들은 초선 소장파들이 주장한 60세 이상 용퇴론에 기준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나 물갈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등 소장파와
재선그룹간의 합의점을 찾는 듯 보였다.
홍준표 의원은 “모든 개혁을 할 때에는 자기 자신부터 희생해야 한다” 며 “오늘 초선의원들을 혼을 내주러 왔지만 물갈이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고 밝혀 소장파를 강력히 비판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는 “서로 상처 주는 형태의 토론이 아니라 지금처럼 건강한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긍정적” 이라고 말하며 “오늘 오세훈 의원이 당직, 지구당위원장직, 의원직을 다 내놓기로 했다고 한 발언은 용기
있는 결단” 이라고 말해 공감대가 확산되어 있음을 짐작케 했다.
중진 반응 - 용퇴론 침묵, 눈치보기
이에 영남출신 중진들은 오늘 연찬회에서 소장파와 재선의원들의 발언과는 달리 무대응 원칙을 정해 놓고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종근 의원은 제일 먼저 나서 “나이를 기준으로 삼기보다 정책정당으로 가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60세 이상 용퇴론은 세대갈등만 일으키는
꼴이라며 국민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책정당으로 가야하고 전국적으로 통할 수 있는 기준을 선택해야지 자의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 고 주장했다.
또한 김광원 의원은 “산에 나무도 10년, 20년, 60년, 낙락 장송이 있는데 대들보는 제일 큰나무를 쓰고 서까래는 10년생 나무를 쓴다”
며 “지금 대들보 감을 다 베어내자는 것이냐” 고 반발했다.
60대인 강인섭 의원은 “세대 논쟁 보면서 착잡하다. 하지만 공천심사위 일해보니 60대 지원자는 딱 두명이고 다 젊었다. 그냥 놔둬도 물갈이된다”
라며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은 인위적으로 얼굴 붉히면서 할 이유가 없다” 고 반대를 명확히 했다.
중진그룹으로 분류되는 안택수 의원은 “소장파와 재선이 주장하는 60대 용퇴와 영남 지역구에서 용퇴하라는 주장에 나는 두군데 다 낀다. 그러나
영남의원들이 가만히 앉아서 표를 얻은 것은 아니다.” 라며 “수도권 소장파들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대선 득표력이 떨어져서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다” 고 소장파와 재선의원의 움직임에 반기를 들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