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폭행사건의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하나의 진실공방이 대두되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용산참사 추모집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집회 참가자에게 경찰 11명이 집단폭행 당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9시 20분경 서울역에서 용산참사 추모집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집회 참가자 200여명이 동대문역과 종로5가역 사이 노상에서 정보수집 활동 중이던 이 경찰서 소속 최○○(52) 과장과 정보과 박○○(36) 경사, 의경 등 11명을 집단폭행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혜화경찰서는 8일 브리핑을 열고 "1호선 동대문역에서 박 경사는 사복 차림으로 6번출구 계단을 내려가다 시위대 마주쳤는데 박 경사가 지니고 있던 경찰용 무전기를 본 집회 참가자들은 곧장 달려들어 쓰러뜨린 뒤 폭행하기 시작했다"면서 "이 와중에 키 170∼175㎝의 건장한 체격에 어깨 부근에 흰색 선이 있는 남색 점퍼와 엷은 밤색 계통 모직 바지를 입고 있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박 경사의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빼갔고, 이 남성은 5분여만인 오후 9시 21분께 인근 의류매장에 들러 박 경사의 신용카드로 15만 4천원짜리 점퍼를 구입했으며, 이어 오후 9시 23분에는 이 매장에서 50여m 떨어진 마트에서 2만 5천원 상당의 담배 한 보루를 결제했다"고 설명했다.
혜화경찰서는 "동대문역앞으로 진출한 시위대가 역앞 8차선 도로 중 4차선을 점거한 채 종로5가역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은 방범순찰대 1개 중대 70여명을 급히 배치해 길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서울청 기동대 강○○(42) 경사가 눈 주변이 찢어지고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경찰병원에 입원했으며, 시위 참가자 8명을 연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혜화경찰서는 "단정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카드 사용 용의자가 정황상 시위대와 일행이라고 추정하고 있고, 지하철역 내 CCTV를 통해 용의자가 동대문역에서 시위대와 함께 내린 것을 확인했다"며 "편의점 CCTV 화면과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종로5가역에서 내려 9시 38분께 다시 승차하는 화면도 확보하여 지문 감식을 의뢰하는 등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경찰폭행사건에 대해 혜화경찰서는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연행된 8명을 성동서로부터 넘겨 받아 조사하는 한편 확보한 CCTV 자료를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오후 4시께 송파구 경찰병원을 찾아 시위 진압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입원 중인 경찰들을 위문했다.
이날 주 청장은 병원 위문 가운데 "근무중인 경관을 납치·폭행하고 지갑을 갈취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혜화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빠른 시일 내로 범인을 검거해 엄정히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추모집회를 주도한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용산대책위)'측은 성명서를 통해 경찰에게 "진실을 왜곡하지 마라"고 입장을 밝혔다.
용산대책위는 "추모행진 없이 모든 행사를 마쳤는데 문화제가 마무리된 저녁 8시40분 경, 사복체포조가 서울역 지하계단을 봉쇄하고 시민들 통행을 완전히 가로막았고, 사복차림으로 신분도 밝히지 않고 무단으로 출입계단을 완전히 막아선 상황이었다"면서 "문화제를 마치고 돌아가던 시민들과 이 과정에서 마찰이 생겨 사복을 착용하고 있었고 경찰의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용산대책위는 "일부 시민들이 동대문역에서 자발적으로 시위를 벌였으나 이미 경찰들은 경찰병력을 배치해 놓은 상황에 경찰은 평화적으로 행진을 하던 시민들을 가로막은 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연행하는 과정에서 10여명의 시민들이 경찰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면서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신용카드를 분실했고 누군가 그 신용카드로 옷, 담배 등을 구입했고, 이 사람이 시위대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카더라 식' 왜곡이다"라고 경찰을 비난했다.
이어 용산대책위는 "촛불추모제와 범대위를 도덕적으로 흠결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경찰의 전형적인 사기행각이고, 설령 이 사람이 시위를 하러 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은 신용카드 절도사건일 뿐, 시위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경찰은 이 일을 시위대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고 시위대를 도덕적으로 매도하는데 이용하고 있고, 지난 설날 연휴기간 용산현장에서 전경차량 방화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경찰은 전철연 조끼를 입은 사람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하여 아무 근거도 없이 전철연을 매도한 바 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의 행위에 대해 질타했다.
용산대책위는 "사복형사들이 무단으로 계단을 봉쇄하여 시민들의 통행을 막아섰고 평화시위 과정에서 10여명의 시민들도 경찰의 폭행으로 다쳤는데 이번 사건을 동대문에서 일어난 경찰폭행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사건의 전말을 왜곡하는 일"이라며 "어젯밤 10시경 시청옆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칼라TV, 누리꾼TV, 사자후TV 등 동영상 생중계를 하던 언론팀들이 아무 이유없이 30여분 동안 경찰에 의해 감금되었고 영상카메라가 경찰에 의해 파손되었고 촬영을 하던 카메라 기자가 경찰에 의해 폭행당해 경찰의 무단적, 폭력적 행위가 당일 밤에 지속적으로 발생되었다"고 설명했다.
용산대책위는 "근본적으로 경찰이 용산 살인진압에 대한 추호의 반성의 빛도 없이 용산 살인진압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범대위의 행사를 불법시하고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한데서 발생한 일"이라며 "경찰이 어떠한 반성도 없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막기만 한다면 어제와 같은 일들이 반복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현장에서 신용카드를 쓴 50대 남자가 시위대인지 아닌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지만 경찰은 시위대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의심은 그 시각 시위대들은 종로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었는데 이 50대 남자는 다른 장소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번에도 결과를 만들어놓고 과정을 찾아가는 행동이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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