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촛불재판 개입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이에 대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김형연 판사(사시 39회)는 8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신영철 대법관님의 용퇴를 호소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판사는 "신 대법관은 자신의 행위는 재판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하나 위헌제청이 있어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계류 중일 때는 당해 사건의 진행을 사실상 중지한 것이 법원의 실무 관행"이라며 "법원장의 언행으로 영향을 받을 판사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해 '판사들이 그 정도 발언에 영향을 받는다면 판사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관의 주장도 이해는 하나 간섭 행위였는지는 사법행정권자가 아닌 그 행위를 당하는 판사의 입장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근무평정권 및 배당권을 가진 법원장이 특정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처리 방향을 암시한다면 어느 판사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자리를 보전하고 계시는 한 사법부는 계속 정치 세력의 공방과 시민단체의 비판에 눌려 있어야 할 것이고, 특히 저를 비롯한 후배 법관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판사의 업무를 수행할 자신이 없어지니 신 대법관님께서는 용퇴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신 대법관은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받던 중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조사를 중단하고 귀가했던 신영철 대법관이 9일 "내일(10일) 다시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대법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었던 허만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함께 대법원 진상조사단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었다.
대법원 진상조사단(단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에 따르면 "신 대법관이 이날 오후 2시 30분은 조사를 시작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조사 중단을 요청했고, 의견을 받아들여 절반 가량 진행된 조사를 일시 중단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일 다시 조사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은 "돌발사태 등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면서 "신 대법관이 조사 내용에 충격을 받거나 기분이 상해서 시간을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 가능성을 고심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다시 신 대법관이 전화 통화를 통해 "사퇴와 관련 입장 표명할 것 없다"며 이같은 뜻을 밝혔다고 전해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10일 행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부터 신 대법관을 불러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던 지난해에 촛불집회 재판을 맡고 있던 형사 단독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경위와 의도를 조사하면서 전교조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가했는지,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도록 유도했는지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은 내일 나머지 조사를 하면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이용훈 대법원장으로부터 사실상의 지침을 받고 이메일을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에 대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오전 현안브리핑을 통해서 "재판관의 양심에 따라서 독립해서 재판한다는 헌법정신을 무시한 사건"이라며 "이미 신 대법관 개인의 문제를 벗어난 사법부의 독립성을 가름하는 시금석이 되어버렸다"고 질타했다.
노 대변인은 "정권이 입법부에 이어 사법부마저 시녀로 만들려는 기도 속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고나면 터져 나오는 새로운 의혹을 포함해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사법부가 스스로 밝히는 것"이라며 "한 점 의혹 없는 조사결과를 기대하며 진상조사단이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를 위해 물러섬 없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진상조사단의 중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또한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신형철 대법관의 '이메일 재판 개입사건'에 대해 '행정적으로 빨리 처리하라는 말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두둔하고 나섰다"며 "그동안 말을 아껴오던 홍준표 원내대표도 오늘 '이제 대한민국은 법관의 독립문제가 문제가 아니라 법관의 독선이 더욱 문제가 되는 시대가 아니냐'며 '행정지휘권으로 행사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도 이쯤 되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기록 될 것"이라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 2월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을 하고, 다른 판사의 재판까지 개입한 것으로 국민을 가볍게 여기고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며 "자신들은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상식이하, 이율배반의 끝은 국민들의 심판임을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민생민주국민회의는 이날 오후 2시, 법원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신 대법관의 사퇴와 진상조사단의 철저한 조사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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