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적의 여기자 2명이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두만강 부근에서 취재 도중 북측에 억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19일 "억류된 여기자들은 케이블TV 네트워크인 커런트TV 소속의 한국계 유나 리(Euna Lee)와 중국계 로라 링(Laura Ling)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한국을 경유해 지난 13일 중국에 입국했고 20일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었으며, 17일 오전 두만강 부근에서 북한을 취재하다 북한 경비대원에게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함께 출국해 취재하던 카메라 기자 미치 코스(Mitch Koss)는 자리를 피해 억류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여기자들이 국경에서 북측 경비원들의 제지에도 북한을 취재를 하다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은 사건 발생 직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측에 '조속한 석방'을 요청하고 있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명의 여기자가 북한쪽을 향해 찍지 말라는 북한군의 지시를 거부하고 촬영을 계속하다 억류된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무슨 대단한 배경이 있어 벌어진 일이 아니고 우발적으로 빚어진 사건같다"면서 "물론 북한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외교적으로 잘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 소식통은 "미국이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특사를 파견하려는 움직임은 현재로선 없다"고 덧붙였다.
두 기자들이 소속된 매체인 커런트TV는 미국의 전 부통령인 앨 고어와 사업가인 조엘 하얏트가 운영하는 독립 미디어로 지난해 8월 1일 첫 방송을 했다.
유나 리 씨는 2000년 캘리포니아주 방송계를 중심으로 이라크 미군에 관한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과 TV 프로그램 제작자로 활동해왔고, 로라 링 씨는 커런트TV 뱅가드저널리즘의 부사장으로 지구촌 인구 이동, 자원 고갈, 미국의 영향력 퇴조 등에 관한 보도를 했다.
두 기자의 중국입국은 탈북자들의 인신매매 과정과 탈북자들이 숨어사는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북·중 국경 지역 취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한 소식통에 의하면 "두만강이 이 시기면 갈수기고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만약 북한 경비대가 중국측 지역을 넘어왔다면 북·중 간 외교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결국 이 문제는 미국, 중국, 북한이 얽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언론에 불거지지 않았다면 조용히 풀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사건발생 3일이나 지났는데도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면 북미관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북·미가 해결과정에서 마찰을 빚는다면 북미관계의 전망이 어두워 여기자 억류에 대해 오래 끌지는 않을 전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 등 한반도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돌발사태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호재일지 악재일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한 사건을 짚어보면 간첩 혐의 등으로 억류했다가 협상을 통해 풀어준 사례가 있다.
1958년 2월 미국인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 및 승객 등 36명이 탑승했던 부산발 서울행 대한민국항공사(KNA) 소속 항공기 '창랑호'가 납북됐다가 3월에 26명이 귀환했다.
1968년 1월에는 미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동해상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가 북측에 나포되어 북한과 미국이 11개월 동안 협상을 벌인 끝에 미국이 사과한 뒤 그 해 12월 미국 승무원 83명이 석방됐다.
또한 1994년 12월에는 강원 금강군 이포리 휴전선 지역에서 순찰비행을 하던 중 북한 영공으로 진입했다가 피격돼 붙잡힌 주한미군 헬기조종사 보비 홀 준위가 억류됐지만 미국의 빌 리처드슨 하원의원이 방북해 북한과의 협상 13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1996년 8월에도 술을 마시고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간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 씨가 간첩 혐의로 북한에 구속됐다가 이 사건에도 그 해 11월 방북한 리처드슨 의원이 북측과 협상해 풀려났다.
1999년 6월에는 베이징을 근거로 활동하던 한국계 미국인 사업가인 카렌 한 씨가 북·중 접경지역인 라진·선봉지구 부근에서 잡혀 별다른 이유없이 한달 동안 억류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10월에는 '합병·투자'로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에서 활동하던 한국계 미국인 2명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가 벌금을 내고 22일 만에 추방당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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