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딜레마-
중동 전문가가 본 전후 이라크
‘파병?’ NO “아직 종합 검토 중”
파병 기미에 반대 목소리 드높아…정부, 찬반 여론 수렴 나서
정부가 경제 및 북핵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미 파병을 결정해 놓고 그 수순밟기에 들어갔다는 분위기가 돌면서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파병기정사실화’의 분위기는 대통령의 ‘북핵과의 연계’ 발언 및 이라크 현지조사단 강대영 단장의 발표 등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명분론’을 내세우며 정부의 추가파병을 저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고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파병반대 시위 확산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 정현백) 등 여성단체 회원들은 9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여성 1천인 평화선언문’을 내고
“미국의 명분없는 침략전쟁의 전후처리 책임을 위해 한국군을 파병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는 파병문제의 신중한 판단을 위해 민간인을 중심으로
한 2차 조사단을 파견하라”고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은 향후 36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과 함께 지속적인 파병반대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성단체들은 오는 10월21일 미 대사관 앞에서 파병반대 퍼포먼스 및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파병반대
엽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또한 파병반대 대국민 서명운동도 병행하면서 언론사 및 정부주최 토론회에 여성 정치인들을 적극 참여시킬 방침이다.
민주노동당과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예비군들도 같은 날 오전 청와대 부근 합동청사 앞에서 ‘파병 반대 예비군 1000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후배 군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한다”면서 “정부가 미국의 파병요청에 대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국대와 경북대 등 44개 대학으로 구성된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총학생회장단도 이날 오전 동국대에서 파병반대 성명을 내고 “명분없는 전쟁에
동참, 한국의 젊은이들이 희생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 학교에서 파병반대 선전전과 반전 서명운동을 벌이고 오는 10월26일 서울 혜화역 부근에서 반전평화 사진전을 열기로 했다.
사회당 서울시위원회도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를 위한 대 시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 본격적 여론 수렴 나서
정부는 그러나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본격적인 여론수렴 후 파병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는 게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과 박주현 국민참여수석은 지난 10월8일 이라크 구호활동가, 이라크전 당시 ‘인간방패’ 활동 인사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시민단체 대표 등을 만나 파병반대 입장을 전해 들었다.
박 수석은 이날 “정부는 파병 여부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린 게 없으며, 파병할 경우와 안 할 경우 생길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이들을 설득했다.
박 수석은 파병반대론자들의 지적대로 “민간인 중심의 2차 현지조사단 파견에 대해서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청와대측은 재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언론계, 이라크 전문가 그리고 파병찬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과도 잇따라 만나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나갈 방침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