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14.3℃
  • 맑음강릉 24.0℃
  • 맑음서울 17.2℃
  • 맑음대전 16.2℃
  • 맑음대구 16.6℃
  • 맑음울산 15.5℃
  • 맑음광주 17.2℃
  • 구름조금부산 17.6℃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7.6℃
  • 맑음강화 13.7℃
  • 맑음보은 14.0℃
  • 맑음금산 14.0℃
  • 맑음강진군 12.8℃
  • 맑음경주시 13.1℃
  • 구름조금거제 13.7℃
기상청 제공

기고

[청년미래정치 시리즈 ②] 이재헌 “가로수 좀 그만 괴롭히고 보행자와 나무가 행복한 거리를 만듭시다”

URL복사

 

12시를 조금 넘긴 점심시간.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던 40대 라이더 앞으로 10 미터가 넘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쓰러졌다. 라이더는 도로 위로 쓰러진 나무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했다. 올해 4월 30일 안양시에서 있던 일이다. 피해자는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크게 다쳤다고 한다. 그 날은 비가 오지도 않았고 바람이 불지도 않았다.  


이 사고에서 인터뷰한 전문가는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이제 수령이 3~40년 넘었으니 노후되어 넘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전문가가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이 있다. 자연에서 플라타너스는 원래 250살 넘게 살아가는 장수와 건강하기로 유명한 수종이다. 종자를 가장 왕성하게 생산하는 시기도 50살에서 200살까지이다. 안양에서 쓰러진 플라타너스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채 스무살 성년이 안된 어린 나무란 뜻이다. 

 

이 나무가 운이 나빠 쓰러진 것은 아니다. 작년 8호 태풍 바비부터 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하이선까지 3번의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가로수는 8,939그루다. 그 중에 6,572 그루(73.5%)가 쓰러지거나 뿌리가 들렸다. 보통 건강한 나무는 강한 비바람에도 충분히 버틸수 있다. 그러나 도시 나무들은 우리가 걷는 거리에서 생각보다 많이 쓰러지고 있다. 잘못된 수목관리 때문이다.  

 

도시숲과 가로수는 도시에서 더 심각한 미세먼지나 올해 여름에 우리를 괴롭혔던 무더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도 2014년부터 2022년까지 ‘3천만 그루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보면 이미 목표량인 3천만 그루를 달성했다. 7년 동안 새로 심은 나무만 서울시민 1명당 3 그루나 된다. 더 이상 심을 장소가 부족할 정도다. 그런데 왜 우리 주변 환경은 7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까? 미세먼지든 열섬효과든 나무 수관(가지와 잎이 달린 윗 부분)이 크고 건강할 때 효과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미국 볼티모어 시는 도시 수관률(Urban Tree Canopy, 도시 면적에서 나무 수관이 덮는 면적)을 높이는 수목관리로 전환했다. 도시 수관률을 높이려면 나무를 많이 심는 것 보다 개별 나무의 수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뭇잎 전체 면적도 늘어나서 공기정화가 향상된다고 한다. 

 

도로에 가로수는 많지만 나무의 면역체계를 무시한 잘못된 가지치기가 수 십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시청이나 구청에서 전선이나 표지판 등 시설물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가지치기를 많이 하고 있다. 간판을 가리거나 벌레가 생긴다는 민원 때문에 가지치기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너무 굵은 가지를, 너무 많이, 잘못된 부위에서 자르고 있다. 

 

나무도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방어하는 능력이 있다. 가지가 줄기에서 떨어져 나가면 살아있는 줄기조직들이 열린 상처를 덮게 된다. 상처 안쪽에서도 모든 방향으로 병원균이 퍼지지 않도록 벽을 만든다. 마치 잠수함이 외부에 구멍이 뚫리면 통로 문을 잠그고 물이 찬 방을 격리해서 피해를 줄이는 방식과 닮았다. 이를 나무 구획화이론(CODIT)이라 한다(4). 그러나 가지 연결 부위가 아닌 가지 중간이 잘리면 나무는 상처를 막을 수 없다. 잘못된 가지치기로 생긴 상처로 곰팡이나 세균이 침입해서 나무 뿌리까지 들어 갈 수 있다. 

 

좁고 단단한 보행로도 나무의 건강을 해친다. 건강한 나무는 수관 크기의 2배 이상 뿌리가 자랄 수 있어야 한다. 도시의 거리는 어떤가? 차도는 너무 단단해서 뿌리가 파고 들 수 없다. 갈 곳 없는 뿌리는 보도블럭을 들어 올리며 자랄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휠체어나 유모차를 타는 보행자에게는 큰 장애물이 된다.  휠체어를 타는 내 친구는 ‘좁은 보도블럭에 나무 때문에 더 다닐 수가 없다.’고 투덜된다. 좁은 공간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 치던 가로수가 들었으면 억울해 할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현재 가로수 보호 조례들은 어떻게 가지치기를 해야하는지 기준이 없다. 보호 조례라는 말이 무색하게 잘못된 가지치를 할 수 있는 근거되고 있다. 굵은 가지를 많이 자르는 강전정 작업을 지자체가 요구하고 품셈단가도 더 높게 돼 있다. 관리 제도 자체가 나무를 병들게 하고 있다. 

 

국제수목관리협회(ISA)나 미국산업안전표준(ANSI A300)의 수목관리 가이드를 보면 살아있는 가지의 25% 이상 자르기와 상처가 아물지 않는 가지 중간 부위를 자르는 탑핑(Topping)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15cm 이상 굵기의 가지를 자르는 것은 건강한 나무도 상처 치유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작년에 산림청에서 새로 발간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에서 위의 구체적인 가지치기 가이드라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여름 동안 기후위기가 더 가까워 졌음을 느낀다. 몇 년 뒤 폭염으로 보행이 더 힘들어 지기 전에 도시 나무들을 건강하게 보살펴야 한다. 제도를 바꾸고 도로 보다 보행로를 더 넓히면 어떨까? 나무는 더 건강해 지고 우리는 더 편하게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거리의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고 낙엽이 많다고, 벌레가 꼬인다고 민원을 넣어 가지치기를 요구하면 그 나무는 병들고 언젠가 우리 앞으로 쓰러질 수 밖에 없다. 우리 건강을 위해 심은 나무가 우리 손으로 죽어가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나무가 건강해야 우리가 건강하고 나무가 안전해야 우리가 안전하다. 

 

 

시사뉴스는 청년정치를 연재 합니다. [코로나 시대 미래정치: 정치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이 원하는 정치의 모습을 담고자 합니다.

연재된 글은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에도 그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지면에 담았습니다.

 

이번 글은 아보리스트 이재헌 씨가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현재 미래당 충북도당 창당준비위원장이기도 한, 이재헌 씨는 ▲산림치유학 박사수료 후 ▲가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시소에 재직 중입니다. 

 

본 시리즈에 참여하고자 하는 청년정치인들은 언제든 이메일로(sisanews@hotmail.com) ▲자신의 의견과 ▲사진 등을 보내주시면 검토 후 게재하겠습니다.[편집자 주]

 

**. 아보리스트(Arborist)란 안전한 방법으로 나무에 오르고, 나무 위에서 수목관리나 특수한 목적을 위한 작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전문인을 뜻합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이화순의 아트&컬처] 다른 듯 닮은 남매 작가 윤석남 윤석구 첫 2인전 <뉴라이프 New Life>
한 가문에서 유명 작가가 여럿 나오기는 쉽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여성주의 미술작가 윤석남(85)과 조각가 윤석구(77)는 한 뿌리에서 나고 자라난 남매 예술가다. 윤석남이 여성사를 발굴해 여성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작업을 해왔다면, 윤석구는 물질만능주의와 자본주의를 성찰하고 생명에 애정을 보이는 작업을 해왔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윤석남 윤석구의 2인전 ‘뉴라이프 New Life’전은 두 남매가 함께 여는 첫전시다. 윤석남은 2000년대 초반 그린 드로잉 80여 점을, 윤석구는 미발표 신작 17점을 내놓았다. 두 사람이 미술로 함께 한 것은 2012년 전북 익산국제돌문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한 조각이 유일하다. 이번 전시는 동생 윤석구의 조각 작품을 중심으로 윤석남의 2000년대 드로잉을 소개한다. #윤석구, 물질적 욕망 부추기는 자본주의 비판 “살아가면서 하나의 틀에서 출발하는데, 이러한 틀을 극복하지 못하는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치유와 새 생명 탄생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윤석구는 15년 전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후 원광대학 미술대학에서 제자를 기르고 작업을 하면서 숙명적인 틀을 느꼈다고 한다. “비슷한 작업을 계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