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동자대회에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경찰이 충돌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 정부종합청사 남문광장에서 16일 오후 3시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5.18정신계승, 노동기본권 쟁취, 전국노동자민중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민사회단체 등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미 경찰은 이날 노동자대회를 봉쇄하기 위해 110개 중대 1만 6천여 명의 전투경찰을 동원해 노동자대회 장소를 경찰버스로 통제했다.
이날 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죽고 싶지 않았던 죽음, 죽어서는 안 되는 죽음, 그러나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박종태 열사의 유지를 받들어 이 곳 대전에서 열게 됐다"면서 "이제 본격적 투쟁의 깃발을 올리고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 기치 아래 노동문제, 민중문제 핵심인 박종태 열사 투쟁을 승리하기 위한 전선을 만들어 전진하자"고 역설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9일 오는 16일까지 이 투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 투쟁을 서울로 갖고 가겠다고 말했으나 정부와 금호아시아나자본, 대한통운은 이 시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이제 우리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투쟁 깃발을 올리고, 6월 예정된 총파업일정을 가급적 빨리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 뒤로 미룬다고 이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동문제, 민족문제 등을 갖고 확실히 투쟁해 승리의 길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연대사에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조그만 소경자사장이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만날 수도 없고, 애기할 수도 없다고 한다. 결국 박종태 열사는 금호재벌과 이명박이가 죽였다"며 "금호재벌과 이명박은 역사적으로 죽었을 뿐만 아니라 인류문화사적으로도 죽었다. 금호재벌과 이명박을 관에 넣고 박종태 열사를 관에서 꺼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백 소장은 "우리가 30원을 더 달라고 하면 78명이 쫓겨나고 현재 비바람을 맞으면 싸우고 있는데 금호자본은 3조원을 먹는다고 한다"며 "이것은 이 땅 노동자 서민 피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 박종태 씨 부인 하수진 씨는 "벚꽃이 지기 전에 이 싸움을 이기고 아이들과 놀러가고 싶다던 남편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벚꽃이 모두 지고 아카시아꽃이 무리지는 때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며 "이제는 매년 봄마다 벚꽃, 아카시아꽃을 볼 여유가 없을 것 같고, 그 꽃과 그 나무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 씨는 "아직도 금호자본과 대한통운은 사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박종태는 자기 직원 아니고,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어서 상관이 없다'고 떠벌리고, 검찰도 매일 찾아와 사인이 분명한데도 '공안사건이니 부검해야 한다'고 협박하고 냉동조차 못하게 막고 있다"며 "고인이 썩고 있지만 남편이 그토록 염원한 그 외침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 씨는 "남편이 아이들과 제 가족으로 남기보다 여기 계신 분들의 동지로 남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떠난 만큼 그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달라"면서 "남편이 그토록 사랑한 여러분을 저희 가족이 믿을 수 있도록 승리하는 싸움으로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아래 해복특위)가 오는 21일부터 1박2일 동안 금호그룹 본사 앞 등지에서 2009 전국해고노동자대회를 연다.
해복특위는 지난 15일 비정규 노동자들로 구성된 각급 연대회의를 개최해 박종태 열사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복특위는 오는 28일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 최저임금법 개악저지, 수도권지역 비정규노조 간부대회'를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노동자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대전중앙병원까지 차량행진을 시작했다. 일부 구간에서 경찰이 노동자 차량행진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대전중앙병원까지 차량행진을 마친 뒤 1.7㎞ 떨어진 대한통운 대전지사까지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최루액을 뿌리며 강제해산에 나섰다.
이 강제해산으로 노동자대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큰 충돌로 이어졌다. 특히, 경찰은 최루액을 뿌렸으며, 돌을 참가자들에게 던지는 장면이 목격됐다.
그러나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마무리한 뒤 해산하려 했지만 흩어지는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에게 진압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연행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대전지역은 서울과 달리 가로등 드물어 어두운 상태에서 무차별하게 경찰에게 부상을 당했다.
또한 경찰은 "조끼나 우비를 입은 사람들은 무조건 연행하라"는 지시를 내려 논란의 소지를 만들었다.
특히, 전경들은 구경하던 시민과 진압에 피해 달아났던 아파트 안까지 들어와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물론 아파트 주민까지 연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의 이성잃은 연행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까지 검문검색했고,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지역으로 가려던 버스채 연행되기도 했다. 또한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노동자대회 참가자들도 연행했다.
이 진압과정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에게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도 폭력을 휘둘렀으며, 한 기자가 연행됐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자체 파악 결과 중상을 입은 사람이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밤 11시 현재 연행자는 약 150여명이라고 발표했지만 민주노총은 "경찰서에 유치된 사람만 376명이고 버스에 대기해 있는 연행자를 합할 경우 440명에 이른다"며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사람도 있어 이를 합할 경우 연행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상에 대해서도 경찰은 30여명의 부상을 입었고, 20여대의 경찰버스 및 지프차 등이 파손됐다고 밝혔고, 민주노총도 수 십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경찰과의 충돌에 대해서도 경찰은 "연행자를 조사 벌여 폭력시위자에 대해서는 엄중처벌하고 이를 주도한 단체 관계자에 대해서도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평화적인 집회 후 행진을 벌이던 행렬을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고 물대포를 쏘며 폭압적으로 진압해 충돌이 빚어진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찰의 마구잡이식 연행은 또다시 연행자 성과급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이며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찰은 이날 전국 병력 동원 사실 자체를 은폐할 목적으로 경찰차량 차번호판에 청테이프를 부착해 번호 인식을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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