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일자리 마련 등 5대 현안을 놓고 교섭을 갖자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위원장 임성규)은 19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민주주의와 노동자 서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민주노총 대정부 교섭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일자리 마련에 관련한 5대 현안을 놓고 성의있는 대화를 갖자고 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번 대정부 교섭에 대해 정부가 오는 6월 9일까지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정부 대중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지난 16일 대전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경찰과의 충돌로 노정관계가 경색돼 있기는 하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인 만큼 대정부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민주노총 현 지도부는 출범 때부터 사회연대전략을 이야기했고, 오늘 대정부 요구안은 민주노총 조합원 중심 요구가 아니라 사회안전망 등 전체 국민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그 중 10여 명은 심각한 상태이고, 경찰이 함정을 파서 폭력을 유도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을 표한다"며 "파견업체 10곳 중 6곳이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고, 1∼4월 체불임금이 수십 억에 이르지만 악덕기업주들 중 구속자는 1명뿐인데 노동부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말했고 검찰청 공안부장 입을 통해서도 흘리고 있는데 자신들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에게만 법과 원칙 운운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가 대전 전국노동자대회 때 발생한 상황을 지나치게 노동자 책임으로만 몰아 경색시켜 마음 같아서는 더 강도 높은 투쟁으로 전환하고 싶지만 교섭 성사를 위해 인내하겠다"며 "노정 교섭 요구는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구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기회인 만큼, 반드시 성사되길 바라지만 정부가 끝내 외면한다면 6월 총력투쟁을 앞당겨서라도 시민사회단체들과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이 이번에 정부에 대해 요구한 교섭안은 ▲ 비정규직·자영업자·청년실업자 등 전국민 실업안전망 구축과 제도개선 ▲ 비정규직법 개정 중단과 권리보장·정규직화 입법 ▲ 고용안정특별법 제정을 통한 일자리 유지 창출 ▲ 최저임금 인상 ▲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중단 등이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교섭요구는 경제위기를 맞아 신음하는 노동자·서민의 생존요구이자, 날로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노동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라며 "이명박 정부가 내놓는 경제위기 대책이라곤 모조리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었고, 건설재벌만 살찌우는 토건사업, 가진 사람 더 가지게 해주는 감세, 서민의 건강권과 맞바꾼 광우병 쇠고기 등 꼽자면 끝도 없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민주노총은 "노정교섭 요구는 일방적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이 아닌 전국민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 지키기, 만들기가 시급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고, 노동기본권 존중과 올바른 노동·경제·산업정책을 통해서만이 노동자·서민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라며 "교섭요구안은 허황된 목표가 아니라, 실현가능하고 또 실현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정책과제들이기에 당면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노정간 성의 있는 대화와 교섭을 요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책임 아래, 관련 부처 장관으로 정부 교섭대표단을 구성해 교섭에 참석할 것과 민주노총은 위원장과 임원, 산별연맹·지역본부 대표자로 교섭단을 구성하겠다"면서 "노정교섭 수용을 통해 잘못된 정부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하며,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에게 가해지고 있는 폭력과 민주주의 말살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26일 교섭 장소를 정해 알리고 정부 대표단의 성실한 교섭 참가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뒤 대정부 교섭요구안을 청와대 등에 서한을 전달했다. 또한 20일부터 6월 9일까지를 교섭 촉구기간으로 정해 고 박종태 씨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각 산별단위로 대정부 교섭촉구 캠페인과 대중집회를 전개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을 비롯해 정의헌 수석부위원장, 반명자·배강욱·김경자 부위원장, 건설연맹 남궁현 위원장, IT연맹 박흥식 위원장, 강승철 광주지역본부장, 공무원노조 박영호 사무처장, 보건의료노조 이용길 수석부위원장, 공공운수연맹 고동환 수석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민주노총이 일방적으로 노정 교섭을 주장했을 뿐, 공식 요청이 들어온 것이 아니어서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며 "교섭을 공식 요청한 곳은 청와대인데, 그런 전례가 없을 뿐더러 관련부처와 사전에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하는 사전 단계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표한 것을 보면 대화하겠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사실상 교섭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다른 관계자는 "진정성이 있는 지 모르겠고, 노정교섭 뒤에 투쟁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점에서 총파업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민주노총의 교섭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파업찬성으로 오는 27일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요구안으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건설노동자를 위한 실업대책 보강, 근로시간 단축, 건설기계 수급조절 등을 제시했다.
건설노조는 토목·건축, 플랜트건설, 건설기계, 전기로 2만 여명의 건설현장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대한통운 고 박종태 씨의 자살로 인한 화물연대 파업을 시작으로 건설노조의 27일 파업, 민주노총 서울지부의 28일 저녁 최저임금 투쟁, 공공노조의 30일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법' 개정 저지의 언론노조의 6월 국회 투쟁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를 비롯한 구조조정에 반발해 금속노조의 대규모 투쟁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민주노총의 교섭을 정부가 거부할 시 6월부터 시작되는 노동계의 여름투쟁이 일찍시작되어 오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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