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가 기자회견장(정론관)을 환경 개선을 위해 변화를 줬다.
국회 대변인실은 지난달 31일 "새로 꾸며진 배경은 발표자의 머리 위에 국회로고가 3분의 2 정도 드러나도록 현판을 부착하여 카메라로 잡을 경우 이곳이 국회기자회견장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였다"며 "양쪽에 태극기를 3개씩 배치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관임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커튼으로 배경을 대신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세련미를 살리는 동시에 심플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하였으며, 실내를 아늑하고 품위 있는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면서 "커튼의 색은 군청색을 사용하여 발표자에게 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가 변화를 준 것은 배경뿐만 아니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사용하는 지위도 제한했다.
당초 국회 기자회견장은 국회의원만 같이 참여하면 누구에게나 기자회견이 허용됐던 방식을 1일부터 외부인은 어떠한 사람도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국회 사무처 입장은 "그동안 무분별한 기자회견으로 인해 국회 관련기관의 공식적인 입장과 외부단체의 개별적인 입장이 혼재되어 발표되는 문제점을 개선, 국회의원, 원내정당 대변인, 실국장급 이상 국회직원만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국회 기자회견장의 환경 변화와 외부인 허용금지에 대해 국회 내의 큰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환경개선이라고 변화를 준 배경이 청와대와 백악관과 비슷하여 청와대·백악관 따라잡기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의 모습이 이 정권의 특색에 맞게 더욱 권위적이고 인위적인 어색한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그 변화된 모양도 적응하기 힘들지만, 더욱 문제되는 것은 정론관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권자가 제한되어 일반 국민은 이제 어디에서 의견을 표명하라는 것인가? 집회도 못하게 하고, 집회를 하더라도 전경버스로 둘러싸서 안에서 무엇이 이루어지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만드는 어려운 현실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노 대변인은 "국회만이라도 국민에게 개방해야 한다"며 "정권과 정부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소통기회인 국회 정론관 이용마저 막아버려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림1>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국회사무처가 정론관에서 국민을 쫒아내려 한다"며 "반성없는 정권을 보면서 암울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국회사무처의 퍼포먼스인가. 아니면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억압정권의 코드에 맞추려는 몸부림인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우 대변인은 "정론관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반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고, 국민들에게도 언로를 열어줌으로써 '담장 없는 국회'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변화중의 하나였다"며 "국회 사무처가 이제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정론관을 사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내놓아 이제 정론관은 우민관으로 변해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누구나 정당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정치로부터 국민을 배제시키고 관심이 멀어지게 만드는 우민정책의 실험장이 되어 버렸다"며 "역행하는 국회의 모습과 후퇴를 거듭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이 판을 박은 듯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 또한 "새로운 모습을 갖춘 정론관의 모습에 산뜻한 기분으로 당의 정견을 발표해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한걸음 후퇴한 모습에 서글프기만 하다"며 "시민사회단체 등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들의 연대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도록 한 새 정론관 운영지침은 민의를 더욱 넓게 대변해야 할 국회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국회에 더 많은 벽을 치는 행위고, 국민이 대화를 요구할 때 시시탐탐 국면전환만 노리며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反민주의 벽을 쌓는 청와대와 매우 닮은 꼴"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태극기가 즐비한 기자회견장의 모습은 백악관을 연상케하고,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취임하면서 교육부터 경제까지 '미국 따라하기'에 목을 매더니, 국회마저 미국식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사대주의를 따라하고 있지 않은가 의심할 뿐"이라며 "대한민국 국회가 노동자 서민의 뜻을 온전히 받아 안는 입법 기구이자 정치의 꽃이 되기를 기대하며, 지금이라도 민의를 품고자하는 자세를 보이기를 촉구하고 닫힌 국회에서는 닫힌 정치밖에 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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