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부는 지난 15일 교원 복무 관리 및 지도강화에 이어 17일자로 '교원의 시국선언 및 서명운동 관련 복무관리 철저 지시'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 의하면 교사의 시국선언 및 서명운동이 국가공무원법 56조 성실의무, 57조 복종의 의무, 63조 품위유지의 의무, 66조 집단행위의 금지 등의 복무관련 조항을 위배하며, 교원노조법 3조의 정치활동 금지를 위반한다고 표현했다.
또한 전국시도부교육감 회의를 통해 서명운동 자제를 지도하고, 법령 위반시 엄정 조치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소속 교사 1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교사 시국선언을 강행했다.
전교조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대한문 앞에서 교사 16,171명의 서명을 받은 '교사 시국선언'을 통해 "6·10 민주항쟁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인데 자랑스러운 6월 항쟁의 역사와 가치를 가르쳐야 할 우리 교사들은 국민들의 숱한 고통과 희생 속에 키워온 민주주의의 싹이 무참히 짓밟히는 현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심한 당혹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현 정부를 질책했다.
전교조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권력의 남용으로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 집회, 표현, 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다"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명박 정권의 독선적 정국운영에서 비롯된 것이고, 정권의 독선은 민생을 위협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온 생태와 평화 등 미래지향적 가치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전교조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서민들의 생존권이 벼랑에 몰리고 있으며, 낡은 토목경제 논리로 아름다운 강산이 파헤쳐질 위기에 놓여 있고, 꾸준히 진전되어온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교육 또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 '사교육비 절반, 학교만족 두 배'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도리어 무한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학교가 학원화되고, 사교육비가 폭증하며 공교육의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국정을 전면 쇄신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줄 것과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도 학교운영의 민주화가 회복되기를 촉구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또한 전교조는 ▲ 정부는 공권력의 남용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정 쇄신 ▲ 헌법에 보장된 언론과 집회와 양심의 자유와 인권 보장 ▲ 특권층 위주의 정책을 중단,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 추진 ▲ 미디어법 등 반민주 악법 강행 중단,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 ▲ 자사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 학교운영 민주화 보장 ▲ 빈곤층 학생 지원 교육복지 확대, 학생 인권 보장 강화 등 6가지 안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전교조는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교과부는 교사들에게 시국선언과 서명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공문으로 각급 학교에 보냈는데 교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법률을 어긴 것이고, 그러기에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라며 "근무 시간 내의 사적인 통화나 인터넷 검색, 12시도 되기 전에 점심 식사를 위해 쏟아져 나오는 정부종합청사 근무자들 모두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될 것"고 교과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전교조는 "교과부가 시국선언과 서명운동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인데 이는 시국선언과 서명운동을 정치활동이자 집단행동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이런 주장은 법에 대한 의도적 왜곡과 판례의 자의적 적용에 불과하고, 사회각계각층으로 번져가는 시국선언을 차단하려는 공안탄압식의 행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전교조는 "만일 교과부가 법령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판단을 무시하고 외압에 의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 사안을 대한다면 그것이 바로 교과부가 주장하는 직무전념의 의무를 해태하는 것이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이고, 공권력의 남용"이라며 "이번 시국선언은 민주주의의 근본가치가 부정되는 현 시국에 대한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의사표현"이라고 단언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전교조가 계속해서 정치 현안을 거론하고 특정정파의 시각으로 정치행위를 하고 싶다면 신성한 교권을 포기하고 차라리 정당을 만들어서 내놓고 정치활동을 할 것"이라며 "더 이상 어려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해서 교사들이 불법적인 정치투쟁을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교조를 비난했다.
안 원내대표는 "시국선언문 내용을 보면 국정쇄신, 언론과 집회와 양심의 자유와 인권보장, 미디어법 등 반민주 악법 중단,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 자율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학교관련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전부 정치적인 구호들"이라며 "개탄스럽고 한국 교육의 미래가 걱정스럽다"고 한탄했다.
또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대식 사무처장도 같은날 부산 해운대 마리나센터에서 열린 부산지역 통일교육위원 초청세미나에서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전교조야말로 가장 반민주적인 세력"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교조에 맞서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김 사무처장은 ""전교조는 언론, 집회, 표현, 결사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한국은 공중파 방송에서 연일 반정부 기조의 보도가 나오고 주말이면 자동차가 못다닐 정도로 도로를 점거한 불법 폭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미 제도적으로 정착됐고, 그 근거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국민의 선거로 두 번이나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박영준 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함께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다.
때문에 크게 놀랄 것 없는 김 사무처장의 발언들이 이어지지만 민주평통 사무처장이라는 자리가 현 정부의 대변인 자리는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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