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의 집행위원들이 단편영화 감독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집행위원들은 영화제를 위한 단편영화가 아닌, 진정 기발하고 신선하며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단편영화를 만들어달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수 감독 전형성에 기대면서도 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의 눈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그리워하는 것에 카메라를 들이대라. 그리고 자신만의 화법에 자신감을 가져라.
박찬욱 감독 최근 단편영화들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세련돼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에너지가 약해진 것 같다. 좀 더 치열하고 과격하고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영화들을 바란다. 공포나 액션 부문에서는 좀 더 실험적인 작품들이, 사회드라마 쪽은 더 비판적이고 더 분노하는 영화가 나왔으면 한다.
허진호 감독 세상과 사람 이야기를 담는 수많은 그릇들에 대한 은밀한 탐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것들과 만나고 사랑할 것! 그리고 영화를 만들 것!
김지운 감독 태도냐, 재능이냐? 어쨌든 나는 재능 있는 인간들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떨쳐낼 수가 없다. 때론 숨은 실력자들의 탁월한 재능에 상쾌한 긴장감마저 든다. 그 재능을 어설프고 상투적인 어법으로 포장하지 말기를…….
오승욱 감독 치열하게 고민한 뒤, 뒤엎고 진화시켜야 한다. 장르의 관습에 단순히 기대기만 해서 10년 20년 전에 만들었던 영화들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은 직무유기고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갖춘 영화보다 다소 미진하더라도 한 가지 장점이 다른 것을 압도하는 영화들을 과감하게 지지하고 싶다.
송해성 감독 진지한 문제를 은유적으로 푸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한다. 앞으로 상업영화를 잘 찍을 감독의 영화보다는 좋은 영화를 만들 것 같은 감독을 지지한다.
이재용 감독 충돌의 미학, 상반되는 것들의 조화가 좋다. 고전적인 장르에 대한 갈망과 전복적인 욕망을 동시에 가지고 장르적 공식과 관습을 자기식으로 변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10년 20년 뒤에도 낡아 보이지 않는 기발함을 보고 싶다.
김대승 감독 단편은 장편의 전 단계가 아니다. 단편의 매력은 짧은 것이다. 굉장히 작은 영화로도 큰 성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짧은 시간 단순한 이야기로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보다 새로운 표현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보고 싶다. 누가 봐도 이견이 없을 딱 하나뿐인 작품을 기다린다.
봉준호 감독 단편다운 강렬한 메시지! 엿 같은 세상의 지랄 같은 한 순간을 영화 속에 아로새겨주시기를... 나를 긴장시키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
장준환 감독 소설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하는 한 편의 시처럼, 단편영화는 짧은 시간 동안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웰메이드보다 치열한 영화가 좋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모자라도 신선하고 참신한 영화들을 높이 평가하려 한다. 하지만 고전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솜씨 또한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류승완 감독 최근 단편영화들을 보면 각기 다른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펼치면서도 정작 감독의 개성이 무엇인지를 작품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허영과 위선으로 가득 찬 필름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그 당돌한 주먹으로 조각난 작은 필름의 파편 위에 새로운 영혼이 담겨지길…….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김태용 감독 무엇이든 깊게 파헤쳐보고자 하는 시도가 중요하다. 무엇인가 하나를 붙잡았다면 감독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표현하고, 또 지우기를 반복해야 한다. 느린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박진표 감독 영화제를 일종의 등용문으로 여기고, 영화제만을 위한 영화를 만들지는 말아 달라. 심사위원의 뒤통수를 치거나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화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긴장하고 싶다.
김용화 감독 장르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고답적인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은연중에 보여지는 기존의 틀과 사고에 대한 냉소의 묘미를! 그리고 단편의 묘미를 살린 영화를!
최동훈 감독 재미를 추구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잘 만들었다 싶은 작품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우리들은 이 부문에 도전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많은 후배 감독들이 나타나기를 기원한다.
정윤철 감독 영화로 아인슈타인처럼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다. 화려하고 폼 나게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더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감정과 디테일한 삶의 부분들을 포착해내는 능력은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자기만의 시점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현실에 대해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
이현승 감독(명예 집행위원장) 창작은 공식도 없고 강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누군가 영화를 만들어 낸다면 영화제는 감독들의 창작의지를 격려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화를 지지한다는 표현을 쓴다. 우리의 지지가 필요하다면 이제 상상력으로 장르의 틀을 허물고 그 경계를 뛰어 넘어 도전하라!
한편, 제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집계한 예매율 순위에서 당당히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화제의 한국영화들이 치열한 개봉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름 성수기의 한복판이기에 3위를 차지한 일은 더욱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 대표 단편영화제로 굳건히 자리매김 하고 있는 미쟝센 단편영화제만의 저력과 단편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애정이 얼마나 뜨거운 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예매는 오픈되자마자 마감이 되는 경우도 생겼다. 예매율 3위를 기록하며 올해도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출품작 또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고, 그 만큼 수준높은 작품들이 본선에 대거 진출해 최근 몇 년 동안 나오지 못했던 대상이 올해는 나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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