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캐서린 에머리히 지음/ 김의경·이정진 옮김/ 크림슨/ 12,000원 |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잔혹하게 고문당한 12시간의 상황을 그린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잔혹성과 반유대정서 등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극사실적 표현만큼은 인정받았다. 이 영화의 감독인 멜 깁슨은 시나리오를 창작하면서 다섯 권의 책을 참고했는데 신약성서의
네 복음서인 마태, 마가, 누가, 요한과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낡은 책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스러운 수난’이 그것이다.
주변인물 심리표현 탁월
18세기 독일 신비주의 작가이자 수녀인 앤 캐서린 에머리히가 환영을 통해 본 그리스도의 마지막 생애를 철저히 성경에 근거, 직설적이고
세부적인 묘사로 풀어낸 책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1833년 세상에 나와 다소 잊혀졌다 올해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부활’했다.
에머리히 수녀의 환영을 있는 그대로 믿을 것인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예수의 체포 직전부터 부활 직후까지의 줄거리와 그리스도의 인간적
면모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믿음을 떠나 텍스트만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인간에 대한 진지한 통찰과 본질에 대한 의문이 담겨졌기 때문이다.
통상 악인으로 그려졌던 빌라도는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군중의 항의에 굴복, 어쩔 수 없이 예수의 처형을 승인한 인물로 표현됐고 예수를
은30냥에 팔아넘긴 유다는 고뇌와 절망, 회한에 괴로워하다 결국 자살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제사장들의 눈 먼 이기심과 형 집행인들의
잔인함도 생생하게 담겼다.
예수의 인간적 면모 담아
영화와 마찬가지로 책도 그리스도가 받은 고문이 매우 사실적으로 기록됐다. 기독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에머리히 수녀의 환영이 거짓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처형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세부적 묘사가 탁월하다. 울퉁불퉁한 껍질로 덮인 가시나무 막대기에 살이 찢겨져나가고
머리를 세게 때려 눈에 피가 고이는 등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의 잔혹한 상황이 그려졌다.
고통 받는 예수는 성인으로서의 숭고함과 인간으로서의 연약함 모두를 지녔다. 자신을 때리는 형 집행인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기도 하지만 채찍에
벌레처럼 몸을 뒤틀고,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에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아들의 처형을 바라보며 오열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슬픔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대변한다. 예수의 존재를 부인하는 독자라 할지라도,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삐딱하게 본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리아를 통해 전해지는 모성애에는 적잖이 감동하고 수긍할 것이다. 거룩한 사랑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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