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코미디와 밀접하다. 우스갯소리인 농담은 거짓말을 내포하고 있다. 만우절은 통상 웃음의 추억과 연결된다.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속임의 폭소 이벤트다. 그래서 코미디 영화에 거짓말은 단골 소재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빅 팻 라이어’ 등 아예 거짓말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도 적지 않다.
속임을 당하는 대상에 대한 가벼운 가학성뿐만 아니라 거짓말이 유희적인 이유는 거짓말이 해프닝을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라이어’는 바로
이 거짓말이 어떻게 유머를 만들며, 거대한 해프닝을 빚어내는지 보여준다.
거짓말 한 방울, 시내 되고 바다 되어
지난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연출한 김경형 감독, 코미디를 리더하는 물오른 배우 공형진, 순발력 넘치는 연기로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는 손현주, 코믹 연기의 달인 임현식. 이들의 만남만으로도 ‘라이어’는 사실상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 보증수표
한 가지 더 추가. 대학로는 물론 세계를 휩쓴 동명연극까지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라이어’는 거짓말 게임이다. 두 집 살림하는 택시기사 정만철(주진모)은 우연히 수배범을 잡고 영웅이 된다. 자신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만철은 사생결단으로 기자들을 피하고, 이 사건으로 양다리 스케줄이 꼬인 만철은 부인 양명순(서영희)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는 오정애(송선미)에게 각각 거짓말을 시작한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아 친구 노상구(공형진)를 목장 주인으로 만들고, 없던 아들이 생기고,
부인은 정신병자로 둔갑한다. 만철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박형사(손현주)가 추적하고 어눌한 김기자(임현식)가 개입하면서 거짓말은 감당할
수 없는 눈덩이가 된다.
평범한 거짓말 한 방울이 시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루는 과정이 고속철도급 스피드로 펼쳐진다. 거짓말이 빚어내는 연속적인 해프닝은
폭소를 자아내고, 거기에 주인공의 행보에 대한 긴장과 스릴까지 더해져 영화는 뛰어난 흡인력을 발휘한다. 한국 코미디가 독립적인 에피소드의
나열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탄력이 더해 가는 점층적 구성의 진행 방식은 돋보이는 미덕이다.
원작 충실, 공형진 연기 돋보여
감독은 원작의 충실한 재현을 선택했다. 그래서 연극적 냄새가 진하다. ‘동갑내기 가외하기’와 비슷하게 제한된 세트에서 사건은 이루어지며
캐릭터의 비중이 부각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구조가 재미의 원천이지만 복잡한 퍼즐영화처럼 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순진한
인물들은 주인공의 어설픈 거짓말에 별로 의심이 없다. 그들은 믿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영화 자체가 거짓말인 것이다.
이 영화는 거짓말의 치밀함과 정교함을 즐기는 오락적인 사기극과는 다르다. 오히려 즉흥적인 거짓말이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절묘함이 매력이다.
주인공은 거짓말에 능통한 ‘두뇌’가 아니라 불리한 형편에서 벗어나 일상의 안위를 바라는, 부조리한 개인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허둥대는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 양다리에 거짓말 선수인 만철이 동정심까지 유발시키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캐릭터들이 각각 거짓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동일한 대상과 사건에 대한 시각이 제각기 달라지는 후반 지점에서 ‘라이어’는 정체성과 대상의
본질이라는 철학적 문제까지 접근한다. 하지만 깊이에는 이르지 못한다. 깊이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코미디에 처음 도전한 주진모는 높은 점수를 주기엔 아직 미달이다. 하지만 기름기 뺀 캐릭터는 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공형진. 디테일한 코믹 연기가 돋보였다. 손현주는 오버된 캐릭터의 성격상 특유의 스타일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했지만 웃음을
주기엔 충분했다. 임현식은 역시 그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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