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유에프오’는 사랑에 대한 고전적 감성에 신파라는 기름기를 쫙 빼낸 순진한 멜로다. 명랑한 시각장애인과 어리버리한 버스운전사의 사랑. 아이템만으로도 이 영화가 추구하는 정서가 ‘낭만’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현실은 삭제되고 판타지만 남겼다. ‘안녕!유에프오’에서 사랑은, 아픔이 전혀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본질은 행복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적 성과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유에프오는 서민의 희망, 사랑의 기적
사랑, 유에프오, 장애인, 거짓말, 희망, 심지어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안녕!유에프오’에는 다양한 코드가 녹아있다. 특히 사랑의 속성에 대해 풍부한 상징들이 돋보인다.
박상현(이범수)은 밤마다 ‘박상현과 뛰뛰빵빵’이라는 ‘정체불명의 교통방송’을 자체 제작해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에 내보낸다. 우연히 시각장애인 최경우(이은주)를 만난 박상현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박상현과 뛰뛰빵빵’의 DJ를 싫어하는 상태. 어쩌겠는가. 박상현은 자신의 존재를 속인다.
직업을 속이고, 이름을 바꾸고, 까치발로 키를 높이고…. 어슬픈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랑은 거짓말, 속고 속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눈먼 상태다. 뒤집어서 눈을 감고 있어도 생생히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유에프오 같은 실체가 모호한 환상, 혹은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기도 하다. 최경우는 딱 한번 유에프오의 섬광을 받아 눈을 떴다. 그때 아버지 얼굴을 본 것이 그녀가 세상을 시각적으로 확인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다. 그녀는 이번에 유에프오를 만난다면 박상현을 보고 싶어한다. 그녀에게 유에프오와의 조우는 사랑의 확신에 이르는 것이자, 사랑에 눈뜸이다.
이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는 밝은 톤의 따뜻함이다.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순수하다. 지극히 서민적인 이웃들은 박상현의 거짓말을 돕고, 마을 사람들은 유에프오가 꿈을 실현해줄 것이라고 믿고 기다릴 만큼 천진하다. 전인권의 ‘행진’은 향수를 자아낸다. 장애인에 대한 비극적 이미지도 없다. 이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사랑의 환상보다는 공허함
하지만, 영화를 수놓은 다양한 코드들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다 사라진다. 깊이도 없고 최소한의 핵심도 없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단순하고, 주변인물들은 결론 없는 스토리를 펼치다 어설프게 사라진다. 마냥 착한 정서는 사랑의 환상을 자극하기보다는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이범수는 어려운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했고, 이은주는 특유의 멜로적 이미지를 잘 활용했다. 봉태규, 변희봉, 전재형 등 조연들의 연기는 역시 밋밋한 영화에 활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키긴 하지만, 전인권의 ‘행진’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장면은 상상력이 돋보인다.
‘안녕!유에프오’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에도 사랑의 속성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 혹은 오락적 감각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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