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KBS-TV ‘쌈’에서 농협운영에 대한 고발 프로그램이 있었다. 농협에서 융자 받은 돈을 갚지 못해 경매로 집을 잃은 농민의 비통한 애환과 어느 회원농협의 방만한 비용집행을 비교해 경각심을 고취한 내용이다. 고발 초점을 어디에 맞추었던 간에 농협에서 오래 근무한 임직원들도 비탄을 금할 수 없었는데 하물며 이를 본 시청자들의 심정은 오죽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90년대 들어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농촌경제를 살리기 위해 42조원의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이 있었다. 전 국민이 낸 농어촌특별세 15조원을 더 해 57조원의 큰 사업이 집행되었다. 90년대 말에 사업집행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있었다. 부실대출과 농협운영 비리에 대한 뉴스가 한달 보름 여 동안 매일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다.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고집스레 뺏지를 달고 다니던 우직한 농협직원들도 부끄러워 뺏지를 떼고 다녔다. 농정이 잘 못 되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은 도마 위에 올랐다. 1970년대 중반에는 유력 모 일간지 사설에서 ‘엉망 운영 진창 농협’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그 후에도 함평 고구마사건, 대출 커미션 사건, 역대 회장의 구속사건, 고추 ?양파, 배추파동, 복합영농 농정실패, 벼 수매 파동 등으로 농민의 농산물 투척과 자살, 농협 점검과 충돌 등의 사건이 연이어 졌다.
1988년 겨울이었다. 고추가격하락으로 농협을 점거 하고 항의 하던 농민 시위대 생각이 난다. 농협 강당을 점거하고 장기농성을 하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녘, 농민들에게 떡국이라도 대접하려 고 큰 식통 2개에 나누어 들고 어렵사리 들어 갔다가 몽둥이 세례를 받을 뻔한 일이다. 그때 빨간 파카를 입고 떡국을 국자로 퍼 직원들에게 뿌려 대던 농민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잘 살고 계신지, 문득 생각이 나곤 한다.
97년 IMF시 많은 은행이 문을 닫었다.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아 회생한 시중은행과 수협중앙회도 있었다. 그러나 “엉망 운영, 진창 농협”은 공적자금 한푼 받지 않고 알뜰히 쌓아 놓았던 대손충당금으로 대우그룹 등의 부실대출금을 털어 낼 수 있었다.
2000년 7월에는 축산협동조합과 인삼협동조합이 농협에 통합되어 지금의 농협중앙회가 되었다. 통합 당시 축산계 조합의 부실 규모는 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는 형국이었다. 통합 효과로 부실 축산계조합이 정상화 되었고 인삼계조합의 경영과 복지는 농협 수준으로 격상 되었다. 이에는 농협의 재무구조와 경영능력이 크게 밑받침 되었다.
지금 농협은 다시 사업구조개편을 어떻게 하느냐? 에 대내외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돈 장사에만 급급한 농협을 경제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분리하자는 것이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 하자는 신경분리 문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나 온 이야기이다. 금융론자들의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져 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신용사업인 은행부분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더 이상 농협의 적자 경제사업을 지원해 줄 수 없다는 논리이다. 경제사업 적자는 농민의 문제이므로 정부와 농협이 책임 질 일이라는 것이다. 한편 농민은 농협이 신용사업에만 치중해 경제사업을 등한시 하니 분리하여 제대로 해서 먹고 살라는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맞는 이야기이다. 1961년 구 농협과 농업은행이 통합되었던 이유는 돈 장사로 남는 돈을 적자사업인 농협사업에 쓰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의미였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농협의 이념과 본질상 수익단체가 아닌 비영리단체라는 사업성격에 토대를 두고 있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실비주의에 의해 수익이 아닌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다. 수익을 위해 수수료를 많이 징수할 수는 없다.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일본농협의 경제사업 마트와 공판장이 시장에서 점점 힘을 잃어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잃어 가면 농민의 농협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문제는 해결 되지만 이도 국민의 세금이니 방법은 아니다. 농협의 속성상 가지고 있는 큰 딜레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농협의 특성을 알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간 농협은 해결방안으로 사업부제를 주장해 왔지만 제대로 시행하지는 못하였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엄격히 구분해 자본금과 인력, 사업시스템을 구축해 차단 벽을 설치하고 경제사업은 비즈니스화 해서 사업시행에 따른 결과를 시간을 두고 검증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농협의 경제사업이 농민의 농산물을 제대로 팔아 주는 체제를 갖추고 신용사업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지혜를 짜 나가야 한다. 정부와 국회도 농민의 입장에서 후회 없는 한 판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국의 농협은 본래 생산자협동조합으로 출발하였다. 농자재와 생활물자를 공동으로 구매하자는 구매협동조합, 조합창고와 농기계를 공동 이용하는 이용협동조합 기능이 자연스레 추가되었다. 지금은 생산된 농산물을 제대로 팔아 주는 판매협동조합으로 힘의 축이 이동되고 있다. 농산물을 많이 팔아 주는 게 농협의 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농협은 농민의 농협에서 국민의 농협으로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건강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농민과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 나야 한다.
세계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폐해를 인식하고 공생 공존 공영하는 제3의 길을 찾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전염성질환보다는 비 전염성질환으로 인한 문제가 더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전염성질환은 잡혀 가고 있지만 비 전염성질환인 고혈압, 당뇨, 비만, 암, 심장혈관계 질환 등의 질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람의 건강은 먹고 마시는 음식과 물에 크게 기인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 간다고 하지 않던가? 섭취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의 건강과 수명은 크게 달라 진다. 그 만큼 먹는 식품과 식료에 대한 관심이 커 지고 있다.
이태리의 어느 협동조합에서는 0km식품소비운동이 한창이다. 수입농산물을 배격하고 관내에서 생산되는 신뢰할 수 있는 건강한 농 식품을 가격을 조금 더 주고라도 사 먹겠다는 생각이다. 가정과 관공서 학교, 사회단체 등에서도 적극 호응해서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건강한 생활도 지키겠다는 것이다. 농산물 이동거리를 줄임으로써 배기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녹색성장사회를 이루자는 취지이다.
영국에서는 “비만은 건강의 시한폭탄”이라며 “우리세대에 인구 2명중 1명은 비만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어린이 비만이 심해 지고 있어 어린이가 어른보다 먼저 죽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고경고하고 있다.
비만으로 자동차 타이어를 허리에 달고 다닌다는 웃으개 소리도 있다. 비만은 잘 사는 곳에서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못 사는 곳에서 더 많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미국의 할렘가는 못 사는 사람이 많지만 뚱뚱한 사람이 많다. 고 열량 저 영양의 정크 푸드, 훼스트 푸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저 열량 고 영양의 식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한국농협의 신토불이(身土不二) 농산물 애용운동, 일본농협의 지산지소(地山地所)운동, 세계적인 푸드마일리지(food milage)운동 등은 모두 식품으로부터 건강을 챙기고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울 기 하자는 운동이다. 건강도 챙기고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자는 녹색성장과도 일맥 상통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산지 농협은 농산물 판매협동조합의 구실에 그 힘을 다 하여야 한다. 도시농협과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유통과 하나로마트는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산지의 농협과 소비지의 농협이 협력하는 협동조합이 되고 농민과 국민 모두가 원하는 건강한 농산물을 지키는 농겱컸?협동조합으로 변신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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