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지표 바닥서 헤어나지 못해
노 대통령이 첫해를 이끈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하락 신용불량자증가 실업률증가 등 참여정부의 경제부분은
그야말로 낙제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경제성장률은 2002년 6.3%에 달해 경기회복을 보인는가 싶더니 지난해 2.9%로 추정되는 등 1년새 희망이 어둠의 그림자로 드리워졌다.
같은 기간 실업율도 정부의 지속적인 실업대책에도 불구하고 3.1%에서 3.4%로 높아졌고, 청년실업은 6.6%에서 7.7%로 1.1%P나
상승했다. 신용불량자 문제 또한 263만명에서 373만명으로 무려 41.44%가 급증했다. 여기에 경제 성장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설비투자는 2002년 보다 4.6%나 줄어들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0.3%에서 2.2%로 늘어나면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됐다.
그나마 내세울 것이 있다면 수출호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국가 경쟁력이 높아졌다기 보다는 무리한 환율방어와 세계경기회복에 편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수치적인 성적표 외에도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김진표 경제팀이 과연 경제부총리로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냐에 대해서도 의문시된다.
먼저 경제부총리로서 관련 부처 정책을 조합적으로 조정과 관리·감독을 해야함에도 리더쉽부재를 드러내며, 어이없게 타 부처에 끌려다기기에
바빴다.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렸고, 고교평준화에 대해서도 교육인적자원부에게 질책을 받을 정도였다.
결국 연초부터 경제회생에 대한 낙관론과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일관한 참여정부 경제팀이다. 이들은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지난 11일 신임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 상처투성이인 경제를 떠넘기듯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1기 참여정부 경제팀의 한계라고
하겠다.
고려대 이만우 교수는 “과거 정부 초기의 화려하고 요란한 정책이 사후 그 성과가 미미했다”며 “경기부양책에 있어 해결책을 모색하는 우선
순위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년간 부동산 잡기 ‘헛심’
부동산은 과거 어느때보다 투기가 극심했다. 고교평준화로 인해 소위 ‘8학군’에 진입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부호들이 몰려들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신 행정수도 열풍으로 대전을 중심으로 한 충청지역의 부동산도 초 강제를 보이며 ‘투기 공화국’이라는 우려까지 자아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저금리정책과 주식시장 침체가 맞물리면서 투자수익을 노리는 부호들에게는 부동산 말고 별다른 투자처가 없었던 것이 주 원인으로 보여진다.
10·29 대책까지도 약발이 없자 국세청과 행정자치부 검찰 재경부 등에서 후속대책을 발표하면서 보기는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콜금리 인하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특별히 투자할 곳 없는 자금은 아파트에서 토지로 옮겨가는 형국이어서 부동산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파트의 경우 집권기간 내내 지속적인 상승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가운데 행정수도 이전으로 투기꾼이 몰리면서 대전은 지난해 39%까지
급등했고, 충남(17%) 대구(12%) 경남(10%) 등도 갈 곳 없는 자금이 몰리면서 동반 상승했다. 특이한 것은 10·29 후속대책까지
지속적인 관리를 했음에도 발표 직후 약 2~3주간 잠시 투기가 주춤했을 뿐이다.
분양권 전매금지를 등을 골자로 한 5·23대책과 재건축 중소형 의무비율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 9·5대책이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면 그나마
10·29대책을 통해 아파트 부분에 대한 투기는 어느 정도 진정국면을 보였다. 덕분에 그동안 급등했던 공동주택은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투기자금은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은행이나 주식시장으로 오지 않고, 새로운 부동산인 토지와 펜션을 중심으로 다시 옮기는 현상을 보여 정부를
더욱 당황케 하고 있다. 토지와 펜션은 올부터 실시되는 ‘주택거래신고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자칫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이 물거품이
될 위험에 처해있다.
카드사 구제 시장원리 역행
금융권도 참여정부 하에서 위기가 닥친 것이 사실. 신용불량자 문제와 함께 카드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떠올랐다.
4·3대책에 따라 각 카드사별 대주주증자와 카드채 만기연장, 영업수지 개선 등을 통해 시장혼란을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진단이 우세했다.
하반기 들어 연체율이 30%에 육박하고 LG카드를 중심으로 한 카드사 전반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결국 산업은행이 LG카드를 인수토록 해 경영정상화에 들어갔지만, 은행들의 반발이 심한 만큼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은행계 카드사인 외환카드와
우리카드도 그동안 확장위주의 경영으로 인해 다시 은행으로 흡수합병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카드사의 문제는 단순히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카드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권이 LG카드를 살리기 위해 별도로 1조6,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이르렀다. 또 부실채권에 대한 충담금비중이 높아지면서 장사를 잘 해놓고도 손실을 내는 은행이 발생했다. 카드로 인해 은행권이
정상영업에 영향을 받은 것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시장원리와 개혁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신용불량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도 개인 소액대출을 축소하면서 결국 시장의 자금경색을 불러왔다.
이와 관련 김인준 서울대 고려대 교수는 “LG카드 문제는 그룹이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 외에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중심을 향한 구체적 방안이 없고, 부산항 물동량이 상해나 심천보다 떨어져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거점 공항이 인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 등으로 알고 있는 사례가 많아 이들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